푸른영상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Top
제목 못가는 게 아니라 안가는 거다.
번호 98 분류   일반 조회/추천 249  /  119
글쓴이 범수    
작성일 1999년 10월 18일 16시 45분 16초
자영씨는 푸른 영상에 왜 안 놀러 오냐고 그러는데 사실 별로 놀러가고 싶은 마음이 없다. 애정이 식었다 고나 할까. 이건 농담이 결코 아니다. 정말로 애정이 식었다. 물론 여전히 푸른영상이 잘되기를 바라지만 그전처럼 가고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솔직히 푸른영상이 확장한 것도 그리 축하할 마음이 없다. 자영씨가 푸른영상에서 일하게 된 것도 축하할 일인지 아직 모르겠고. 기껏 한다는 소리가 악담만 한다고 그럴지도 모르겠다. 내가 봐도 악담이니까. 난 왜 악담을 하고 있을까? 당연히 뭔가 맘에 안 드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푸른영상회원으로 가입할 때만 해도 최소한의 월급은 지급했던 것으로 아는데, 그러다 상황이 안 좋아져서 꽤 오랫동안 푸른영상 식구들이 힘들게 살아온 것으로 안다. 이제 그 어려운 형편이 좀 핀 것일까. 돈 많이 벌어서 사무실을 확장한 것일까? 이젠 푸른영상식구들 먹고사는 문제를 덜 걱정하게 됐나? 아니면 푸른영상도 혹시 대마불사의 신화를 믿나?



예전에 게시판에 글 올릴 때 '언젠가 돈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내가 한 마디 한다고 뭐가 바뀌겠냐만은 그래도 한 번 짖어보자는 것이 내 신조다.

돈 많은 부자라고 해서 다큐를 찍지 말라는 법은 없다. 당연히 가난하다고 해서 찍지 말란 법도 없다. 그런데 문제는 법이 아니라 현실이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돈 없어서 영화못찍는 것이야 슬퍼하고 말면 되지만, 돈 없어서 끼니 걱정을 해야한다면 이건 그냥 슬퍼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단 푸른영상은 외형이 많이 커졌다. 몸집만 커졌지 실속은 없다라는 따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정이 어떤지는 난 잘 모른다. 어쨌든, 내가 처음 가입했을 때보다 거의 두배로 인원이 늘어난 것 같다. 문제는 그 때보다 '수입도 두배'로 늘었냐는 것이다. 만일 그렇다면 난 할말이 없다. 그렇다면 내가 지금 이렇게 떠들고 있는 것은 그냥 미친 짓이 되고 만다. 그래 그냥 미친 짓이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괜히 시비 거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내가 잘못 통박재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이 대목에서 일단 오해가 없도록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새로 들어오신 분들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불만이 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그 분들을 받아들이지 말았어야 한다는 것은 더욱이 아니다. 푸른영상처럼 괜찮은 집단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적은 인원으로 과중한 업무에 시달렸는데 이제 인원이 확충되어서 만족스러운가? 어차피 푸른영상에서 먹고사는 것을 책임져 준 것도 아니니 체계를 갖추고 그럴듯한 모습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을 보면서 흐뭇한가?

푸른영상 식구들 중에 잘먹고 잘사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아니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그 안에도 빈부의 차는 있다는 것이다. 푸른영상에서 일하는 것을 집에서 환영은 안 할지언정 그렇다고 밥 안주는 가정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다 큰 것이 돈 안 벌어 온다고 구박을 할 지는 모르지만 그렇다고 쫓아내는 집은 없을 것 같다. 즉 개길만 하니까 개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냥 개길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말하려는 핵심이 바로 이것이다. [ 이대로 나가면 정신력이고 나발이고 관계없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부터 푸른영상에서 떨어져 나갈 것이다.] 내 말이 틀렸나? 그런 사람들에게 이렇게 한마디 해줄까? "잘 생각했어. 그 주제에 영화는 무슨 얼어죽을 영화야. 무슨 독립운동해? 생활도 팽개치고"



인원을 늘리고 사무실을 확장하면서 의논을 안했을리는 없다. 김동원 감독님이 무슨 독재자여서 형식적으로만 의논하고 자기 멋대로 했을 리도 없다. 그런데도 난 자꾸 의심이 간다. 정말 할 말 못할 말 다 했을까? 내가 지금 소설 쓰고 있나? 제발 그래야 하는데...



글을 쓰다보니 짜증이 난다. 그만 써야겠다. 물론 아직 할 말이 많이 있다. 나중에 하던가 눈치봐서 영원히 입닥쳐야겠다.


  
쓰기 목록 추천 수정 답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