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청계천 복원 문제가 다가오는 서울시장 선거의 핫 이슈로 부각하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청계천 복개시설을 걷어내고 청계 고가도로를 철거해 청계천을 친환경적인 하천으로 복원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그러나 나는 과거 90년대 서울시 공무원으로 재직했던 사람으로서 이명박 후보가 주장하는 청계천 복원 공약의 허구성과 비현실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먼저 이명박 후보는 서울시장으로 당선될 경우, 취임 1년 안에 청계천 복원 공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사의 타당성을 검토하지 않은 무리한 주장이다. 대규모 시설공사가 기본설계-실시설계의 과정을 거쳐 착공된다는 사실은 건설공사의 ABC이다. 그런데 기본•실시설계에 최소 2-3년이 소요되는 청계천 복원공사를 어떻게 1년 안에 착공하겠다는 것인가? 이명박 후보는 과거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붕괴의 악몽을 되살리는 부실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당선만 되고 보자는 생각에 시민들을 현혹하겠다는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두 번째는 청계천 복원 공사를 강행할 경우 예상되는 서울시 교통대란을 과연 어떻게 막을 것이냐는 문제이다. 서울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종로, 청계천, 을지로, 퇴계로 일대는 하루의 차량 통과량만 40만대에 이를 정도로 교통량이 집중된 지역이다. 그런데, 하루 20만대가 통과하는 청계 고가도로와 청계로를 폐쇄했을 때, 종로와 을지로, 퇴계로 일대로 차량이 몰리게 되어 차량 속도는 현재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뿐 아니라 종로•을지로•퇴계로를 진입하는 광화문•신설동•서소문•남대문•왕십리 일대까지 차량정체의 여파가 미치게될 것이다. 이른바 서울 4대문 안에 최악의 교통대란이 초래되는 것이다. 출퇴근 시간대의 교통난은 차마 상상하기조차 두려울 지경이 될 것이다.
더욱이 청계천 복원공사는 짧게 잡아도 최소 3년 이상의 공기가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긴 기간 동안의 교통대란을 참으라는 것인가? 이명박 후보의 청계천 복원 주장은 교통난 해소 대책이 전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
그 뿐만이 아니다.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 교통난은 공사가 완료된 이후까지 여전한 문제점을 남을 수밖에 없다. 현재 청계천 일대의 차로는 왕복 12차선(청계 고가도로 : 4차선, 청계로 : 8차선)이다.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복원이후 이를 6차선으로 줄이겠다고 한다. 그렇다면 차선이 현재보다 절반으로 줄어들어 지금보다 두배의 교통난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세 번째 문제점은 청계천 복원 공사로 인한 상권의 침해와 영세 소상공인들의 생계위협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광화문에서 마장동까지의 구간은 서울시내에서도 대표적인 상가 밀집지역이며, 영세 상인들이 권리금과 보증금을 내고 장사를 하고 있는 지역이다. 청계천을 복원하기 위해 공사가 착공되는 그 순간부터 이 지역은 적어도 몇년동안의 상권마비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서울시 어디에 대체 상권을 개발할 것이며, 상인들은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네 번째 문제점은 청계천을 되살리기 위해 소요되는 추가적 부담의 문제이다. 청계천은 조선시대부터 물이 흐르지 않는 건천(乾川)으로 알려져 있는 곳이다. 지금도 복개판 밑을 흐르는 유량의 수준은 깊은 곳이 겨우 무릎을 넘지 못한다. 서울을 대표하는 환경친화적 하천으로 개발하기에는 유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청계천을 되살려 놓고 물이 흐르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에 물을 흐르게 하기 위해 중량천의 물을 광화문까지 끌어들이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여기에서도 발생한다. 서울 동북부 시민들의 생활하수로 오염도가 10ppm이 넘는 중량천 물을 청계천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지하 수로를 설치해야 함은 물론 하수 정화를 위해 별도의 하수처리 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하수처리장 건설에 따른 비용의 유발은 물론 어디에 하수처리장을 건설해야 하느냐는 문제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러한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후보는 자신이 내세우는 공약의 비현실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하고, 불안감까지 조성하고 있다.
얼마 전 이명박 후보는 청계천 답사를 위해 방독면을 쓰고 현장에 들어갔다고 했다. 청계천은 유독가스에 중독될 위험이 전혀 없는 곳이다. 지하 공간도 넓고, 아직도 물이 흐르고 있는 햇볕만 비추지 않는 자연상태 그대로인 곳이다. 청계천에 대한 사전지식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러한 무지는 또 있다. 이 후보는 외국인들 사이에 청계 고가도로를 지나지 말라는 충고가 유행하고 있다며 마치 청계 고가도로의 안전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처럼 시민을 호도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98년 서울시가 2개의 안전진단업체에게 청계 고가도로의 안전진단을 요청한 결과, 아무런 구조적 문제점도 발견되니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각부보다 구조적으로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판 일부에서만 부분적인 균열만 발생했고, 이것도 상판 보수공사를 통해 이미 일부구간은 보완된 상태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이후, 한국을 폄하하는 일부 외국인 사이에 조롱처럼 떠돌았던 ''''한국에 가면 지하철을 타지말고, 한강 다리를 건너지 말고, 백화점을 쇼핑하지 말고, 청계 고가도로를 건너지 말라''''던 유언비어를 청계천 복원의 근거처럼 차용하고 있는 것이다.
청계천 살리기의 주목적은 청계천을 물고기가 살 수 있는 친환경적인 서울의 명소로 개발하자는 데 있다. 물론 그 취지는 좋다. 하지만 개발은 철저하게 현실주의적 관점에서 접근되어야 할 문제이다. 청계천이 복개된 지 벌써 30년이 넘었다. 언젠가는 청계천을 덮고 있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안전성이 문제가 되어 구조물을 철거해야 할 시기가 올 것이다. 또한 머지않아 서울시민의 교통문화도 자가용보다는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시설을 애용하는 문화로 전환될 때가 올 것이다. 청계천 복원은 그러한 시점을 활용해야 한다. 시장후보의 허황된 욕심이나 전시행정으로 무리하게 추진해서는 결코 안 된다.
70년대 개발독재 시대가 낳은 최대 오류중의 하나가 바로 밀어붙이기식 정책결정이나, 전시행정이었다. 90년대 초반 지하철 공사장이 붕괴되고, 성수대교가 무너지고, 가스저장고가 폭발하고, 백화점이 무너졌던 이유가 바로 전시행정이 아니었던가?
이명박 후보는 지금이라도 자신이 제기한 청계천 복원의 허구성을 인정하고, 공약을 철회해야 한다. 또 공약의 허구성이 밝혀지는 것이 두려워 시민들의 불안감을 부추기는 근거 없는 주장도 즉시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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