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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다시 일본 다녀왔습니다.
번호 15445 분류   일반 조회/추천 1682  /  338
글쓴이 김동원    
작성일 2006년 03월 02일 18시 32분 47초
지난 2월 21일부터 26일까지 도쿄와 쿄토, 오사카를 돌았습니다. ‘송환’ 일본 개봉이 3월 4일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두 번의 시사회와 20여 차례의 인터뷰를 가지며 마지막 홍보활동 한 셈이죠.
지난번 말씀드렸던 신광수씨 문제는 여전히 시끄러웠습니다. 제가 도착한 날 마침 신광수씨에게 체포영장을 발부했다더군요. 물론 북한은 고령에 투병중이란 이유로 신변인도를 거부했구요. 기자들은 여전히 ‘신광수를 만나봤냐, 어떤 사람이냐, 납치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등 난감하거나 별로 관계없는 질문들을 퍼붓더군요. 그런 질문들을 받고 있으니 은근히 부아가 나서 이번엔 좀 강하게 나갔습니다.
'북한은 일본의 요구대로 납치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당신들은 조선인 수 만 명을 자신들의 전쟁으로 내몰아 죽게 하고 그 사실마저 인정하지 않을뿐 아니라 유해마저 야스쿠니 신사에 가두고 돌려주지 않고 있으니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 근본적으로 납치 사건의 범인은 바로 일본이다. 왜냐하면 납치나 북한의 흉폭성의 근본원인은 결국 한반도의 분단이고 분단은 일제의 한반도 강점에 의해 초래된 것이 아니냐, 물론 그렇다고 신광수씨나 북한의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모든 맥락을 자르고 오직 사건자체에 매몰된 일본인들은 참 이상하다..'
일본 식자들은 9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 불황과 정치권의 시끄러운 문제들의 책임을 씌울 '공공의 적'이 필요했고 북한이 그 표적이 된 것으로 분석합니다. '공공의 적'이란 쉽게 말하면 '왕따'현상의 확장된 경우인데 자신들 능력으로서는 그 원인을 알수도 없고 해결이 힘든 정치적 문제들의 책임을 손쉬운 표적에게 전가하는 것이죠. 그런 심리가 특정시기에 과잉으로 나타나면 집단 학살같은 현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답니다. 무서운 일이긴 하지만 꼭 일본의 문제만은 아닙니다. 우리에게도 전쟁당시 백 만명 이상의 민간인들이 학살당한 역사가 있고 그런 광기는 최근‘붉은 악마’들을 통해서도 조금은 느낄 수가 있었죠. 사실 '공공의 적'만들기는 어떤 특정한 국가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며 어찌 보면 인간의 본성에서 비롯되는 듯 합니다. 문제는 언론이나 매스컴들이 그런 심리를 정화하지는 못할망정 편승하고 부추킨다는 겁니다. 이런 점에서 독립영화나 대안언론들의 역할이 분명해 지는 것 같습니다. 공공의 적'이 되기 십상인 소수자들의 편에 서고 주류 사회와 언론들의 편견에 맞서 다른 의견들을 효과적으로 제출하는 일은 언제 어디서라도 요구 받게 되니까요.

이번 여행에선 재미있는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돌아다니기도 많이 했는데 그중 우토로 방문했던 이야기를 잠깐 해드릴께요. 교토를 간 김에 우토로를 꼭 가보고 싶었지만 아내해줄 마땅한 사람이 없어 포기하려했는데 마침 친절한 교토통신 기자를 만나 가능했습니다.(그 기자는 나중에 교토에서 제일 싼 술집, 제일 진보적인 술집도 차례로 안내해 주었고 술값도 내주었습니다. 일본인치곤 영어를 썩 잘하고, 기자로서는 보기 드물게 겸손한 분이었죠)
알려진 것처럼 우토로는 해방 후 귀국하지 못한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일본내 여러 마을 중에 하나이고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닛산등 몇개회사에 맞서 철거반대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60여 가구 160여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그 대부분은 70세가 넘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랍니다. 현재는 땅 소유주들끼리의 소송으로 좀 조용한 편이었는데 한편으론 땅을 구입해 재일조선인들의 역사박물관을 건설하는 계획을 세우며 모금운동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우토로 투쟁에 조총련 계열과 민단이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곳 회장은 민단계열이고 저를 맞아준 활동가는 조총련간부였는데 6.15이후 남북화해의 조짐이 여기에서도 보이는 것 같아 무척 반가왔습니다. (물론 갖가지 갈등들이 분명 존재하겠지만 적어도 이념적 차이로 인한 문제들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마침 점심시간이었고 징용 온 부모님 사이에서 태어나 올해 74세라는 어느 할머니 집에서 밥과 커피를 대접받으며 살아오신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열 서너살 때인 해방 무렵 어느 떠돌이 조선인에게서 처음으로 한글과 민족의식을 깨우친 이야기, 남보다 더 많이 탄피를 줍기 위해 훈련 중인 미군사격장으로 숨어들어간 이야기들... 참으로 슬픈 이야기들을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들려주실 땐 와락 할머니를 껴안아 드리고 싶었지만 전 우두커니 듣고만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후회가 되지만 그땐 우토로에 너무 빠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애써 무덤덤한 척 했었던 것 같습니다. 다시 찾아뵙겠다는 말씀도 못 드리고 모금함에 약간의 돈만 집어넣고 우토로를 빠져 나올 때 착잡했던 느낌은 한동안 못잊을 것 같습니다.
전엔 일본에 대해 별 관심도 아는 것도 없었지만 조금씩 알수록 관심이 생깁니다.(너무 당연한 이야긴가요?) 미우나 고우나 우리와 뗄 수 없는 사이이니까요. 언젠간 재일 한국인들이 등장하는 한, 일간의 문제를 다루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토로외에도 이시마루(송환에 나왔던 일본인 저널리스트)를 만나 5시간동안 논쟁을 벌였던 이야기,‘안녕 평양’의 양영희 감독등과 새벽까지 가라오케를 전전한 이야기, 이병헌,설경구도 들렸다던 체 게바라 바에서 한 잔 한 이야기, 시사회에 온 조총련 간부들과 평양영화제에 대해 나눈 이야기등 쓰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지만 '필력상'생략해야 할 것 같습니다.
더 듣고 싶으신 분은 다큐보기 모임등의 기회를 이용하여 푸른 영상에 들려주십시오.

첨언) 송환 일본 상영은 프린트가 한 벌이라 약 6개월간 7개 도시를 돌면서 진행됩니다.
일단 3월 4일부터 4월 중순까지 도쿄 시네 아뮤즈극장, 오사카는 4월22일부터 제7예술극장에서 쿄토는 5월 중순 쿄토시네마 나고야 6월.. 나머지는 차후에 계획이 잡힐것 같습니다.자세한 내용은 http://www.cine.co.jp/soukan/index.html를 참조하시고 일본에 아시는 분들계시면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이성근님 남김   2006.03.15 15:49   덧말수정 덧말삭제
김동원 감독님,

이성근입니다.

위 글을 읽다보니 그저 지나칠 수 없어 몇자 적어봅니다.

<당신들은 북한보다 나은 게 뭔가?> 또는 <신광수씨나 북한의 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이라는 문구를 보았습니다. 이는 일본기자와의 대화에서 감독님이 민족적 관점과 입장에서 대화가 진행되었다면 결코 나올 수 없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겨레인 동족(조선)을 감독님 스스로 단죄하고 그와 일본을 비교하는 태도는 우리가 취할 입장이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또한 <납치와 북한의 흉폭성...>이라는 대목에서는 마치도 과거나 현재에도 그러하듯이 미국이나 일본의 반공반북 모략의 그 내용과 흡사하여 당혹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과연 감독님의 생각도 실제 그러하신지 몹시 궁금합니다.

푸른 영상은 우리에게 언제나 좋은 영상을 주어왔기에 애정어린 마음을 담아 이 글을 적었으며, 앞으로도 좋은 영상으로 남길 바랍니다.
  박보혜님 남김   2006.04.05 23:48   덧말수정 덧말삭제
안녕하세요 저는 2004년 4월에 잠깐 자원활동했던 박보혜입니다^^
오랫만에 푸른영상 들렀고 그런데 감독님 그리고 송환소식 들으니 반갑습니다^^
일본에서 상영하는군요. 2년후인데 대단하군요^^ 화이팅을 외쳐봅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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