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기오염 피해의 특성

1.1. 환경피해의 특징은 크게 3가지이다. 하나는 환경피해가 그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의 무차별성이고 다른 하나는 부모에게 나타난 피해가 그 자녀에게 이어지고 한번 오염된 토양은 원상태로 회복되기 어렵다는 점에서의 지속성이며, 마지막으로는 어떤 오염원에 따른 피해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동안 원인이 누적된 후에 피해가 가시화 된다는 점에서의 잠복성이다. 대기오염의 피해는 이러한 환경피해의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다.


1.2. 첫째, 대기오염은 연령과 계층, 지역, 심지어 국경을 초월할 정도로 그 피해가 광역적으로 나타난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최근 급격히 공업화 되고 있는 중국의 서해안 지역, 특히 우리와 가까운 산동반도 일대에서 형성된 나쁜 공기는 겨울철에 부는 대륙풍을 타고 한반도 상공으로 날아든다. 이것은 공기중의 물과 결합하여 한반도 전역에 산성비를 뿌리게 된다.


1.3. 둘째, 대기오염의 피해는 생태계 구석구석에 깊숙히 침투하여 이를 황폐화시킴으로써 그 복구가 대단히 어렵다. 훌륭한 조림정책 덕에 유명한 독일의 삼림이 거의 절반 가까이 말라 죽었다. 대기오염의 근본 원인인 산성비 때문이다. 산성비는 단순히 나무를 말라죽게 할 뿐 아니라 나무가 뿌리를 내려야 하는 토양 자체를 황폐화시킴으로써 그 복구를 근본적으로 어렵게 한다.

1.4. 세째, 대기오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보면, 이미 도시민들은 대기오염 때문에 건강피해를 입고 있는데도 그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워 현재의 피해가 대기오염 때문이란 것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고, 대기오염의 인체 피해는 계속 누적되어 결국 만성적인 호흡기 질환에 시달리거나 노약자의 생명을 앗아가거나 건강한 사람도 수명을 짧게 하는 등의 결과를 초래한다. 근년에 이르러 어린이들이 겨울만 되면 감기가 떠나지 않고 시내 모든 병원들은 어린이와 노약자 호흡질환자 덕분에 연례적인 호황을 누린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1.5. 상기한 세 가지 특징 중에서 특히 세번째 잠복성은 대기오염 문제의 극복을 위한 시민적 노력을 어렵게 한다. 심증은 있으되 교통사고처럼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고 피해의 양태도 어디가 부러지거나 피를 흘리는 것같은 가시적인 외상은 없는 까닭에 시민들이 대기오염 문제에 대해 날카롭게 인식하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