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님에게 무슨 일이 생긴걸까
벌써 올 시간이 다 됐는데
새까만 머리카락 바람에 날리며
소녀같은 미소 수줍게 지으며
반갑게 손 흔들며
농성장에 도착할 누님인데
웬만해선 앓아 누울 희숙 누님이 아닌데
이를 어쩌나...
우리들이 누님을 챙겨드리지 못했어
지난 1월 열흘간 단식 농성에다
두달째 감옥 체험 농성으로
아무렴 누님의 건강이 좋을 리가...
영하 20도 오르내리던 그 혹한 속에서
단식 끝내고 복식도 제대로 못하고
제때 몸도 추스리지 못하고
또 농성을 시작했으니
30대 초반도 아닌 40대 후반의
누님의 몸이 어찌 감당했을까
2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타고
명동성당 농성장에 도착하면
푸른 수의로 갈아입고서
한손엔 서명용지 한손엔 유인물 들고
지나가는 서울시민 한 명이라도 놓칠까봐
이리 뛰고 저리 뛰는 희숙누님
밤 10시가 되어 농성장을 떠나
일산 집에 도착하면 내일이 시작되는 자정
빨래며 청소며 집안일 끝마치고
새벽 2시 넘어서야 잠드는 누님
어찌 고단하지 않을까
그래도 내일이면 언제나 변함없는
밝은 웃음 환한 미소로 인사하는 희숙누님
32년만에 폭설이 내리던 날
따뜻한 유자차 끓어 나르며
온 몸을 녹여주던 누님
애쓰는 학생들 손에 따뜻한 오뎅국물 쥐어주던
우리들의 큰누나 희숙이 누님
자기 몸은 돌보지도 않으면서
우리들이 조금만 앓아도 어쩔 줄 몰라하시는
어머님 같은 우리들의 희숙 누님
해뜨면 명동성당 농성장으로
목요일엔 민가협 집회 금요일엔 반미집회
휴식을 모르는 불을 닮은 누님
메마른 이 세상 봉사하며 살고싶어 시작한
민가협 자원봉사단
어느새 누님은 참 운동가 참 실천가가 되었네
말만 많은 운동가들이 많은 세상
희숙이 누님은 우리들의 자랑 우리들의 영웅이다네
누님은 옴짝달싹 못하고 방안에 몸져 누워있지만
누님의 마음은 여기 농성장에 있다네
누님의 마음은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 와 있다네
우리는 오늘 희숙이 누님을 보지 못했다.
누님은 몸져누워 계신다.
감기 몸살이라고 하지만 열흘간의 단식농성과 두달간의 감옥 농성으로 몸이 쇠진해질 대로 쇠진해진 것 같다.
누님은 농성이 걱정되어 아픈 몸을 꾹꾹 참아오신 것이다.
희숙이 누님!
미안해요.
저희들이 빨리 대책을 세웠어야 했는데…
누님의 불같은 열정을 말렸어야 했는데…
어서 완쾌되길 바래요, 누님.
누님이 없어서 명동성당 농성장이 썰렁해요.
건강이 회복되어 명동을 누비며 맹활약하는 누님을 보고 싶어요.
모두다 누님을 빨리 보게 되길 기다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