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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산영화제에서 무슨 일이 있었냐구요?
번호 109 분류   일반 조회/추천 267  /  122
글쓴이 또 자영 --;;    
작성일 1999년 10월 22일 20시 39분 41초
얼마전 게시판에 올렸던 대로 부산영화제에 다녀왔습니다.



김동원감독님은 하루 먼저 가셨고 16일 아침 10시차로 이정규국장님,그리고 또하나의 세상을 조연출했던 고교생 나영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회원 성아씨와 제가 부산으로 향했고 정선호형과 회원 은미언니를 그곳에서 만났습니다.



(같이 가려고 했던 회원 근혜언니는 서울역에서 맛있는 볶음밥을 전해주곤 차표를 반환하고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갑자기 일이 생긴거예요.. 새벽에 일어나서 부지런히 열차안에서 먹을 볶음밥도 만들고 했다는데.. 하지만 언니는 지금 야마가따에서 부산에 못간 것까지 합쳐 신나게 영화를 보고 있을꺼예요.)



음.. 게시판을 이용하시는 회원분들은 부산영화제에 오시지 않으셨는지 17일 오후 1시 대영극장 6관앞에선 회원 여러분을 만날 수 없더군요.. --;;



도착해서 토,일,월 이렇게 사흘간은 조용한 저녁이었습니다.. (힘을 비축해 두었다고 할까요) 영화를 보고 숙소로 들어와서는 간단히 맥주 한잔으로 목을 축이고 담소를 약간 나누다 잠자리에 들곤 했죠..

화요일과 수요일은 후후~ 새벽 4,5시까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와 끝없는 술판을 벌였습니다..



김동원 감독님은 화요일 오전 9시에 일본 야마가따로 향하셨고 남은 저희는 그동안 머물던 감독님 숙소에서 나와 짐을 지하철역 물품보관함에 둔 채 여관을 잡을까 독협숙소에 빈대 붙을까 하다 전날 통성명을 나눈 <먼지의 집>스텝들과 하룻밤을 보냈습니다..



아흠... 회원 여러분들은 감독님의 작품 <행당동 사람들 1,2>가 상영되던 순간이 궁금하시겠지요? 관객은 50~70여명 내외.. 언제나 느끼는 바이지만 일당 백의 관객들과 훈훈하게 끈끈하게, 영화는 상영되었습니다..

"감독과의 대화"시간에 있었던 어록을 남겨본다면.. ^^



[다큐] 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주고 싶은 영향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김동원 감독님은 이런 대답을 하셨습니다.. 감독님이 작품을 통해 전하고 싶은 가치관은 "가난한 걸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삶이다.. 가난 안에선 모든 것이 고마운 것 같다"라고요..



비슷하게 다큐가 관객을 감동시킬 수 있는 무기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상과의 관계가 화면에서 전달되고 만드는 이가 삶과 영화를 일치시켜 나가려는 노력"이 무기가 되지 않겠느냐는 질의 응답도 마음에 남구요..



"영화제"에 다녀왔으니 영화 이야기를 건너뛰기가 아쉽군요..

개인적으론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본 국내 독립영화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유가협 어머니들의 투쟁 과정을 진솔하게 담은 '빨간 눈사람'의 <민들레>,

정신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알콩달콩 풀어낸 '보임'의 <숨결>,

스러져 가는 탄광촌의 처절한 몸부림으로의 투쟁을 담은 '네트워크'의 <먼지의 집>등 값진 한국 다큐들과의 교우야 말로 흥분되고 신나는 경험이었어요..



그 뿐이냐..

바로 "지금 여기 우리"의 이야기, 구제금융 실업란속의 한 가장.. 실업으로 가정이 와해되고 직업소개소에서 일거리를 찾다 무료급식소를 지나 홀로 어머니 제사를 드리는 가장의 이야기인 단편 <하루>와 (실로 다큐와 극영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이었죠) 언뜻 스치고 지나간듯한 연민과 비애의 순간을 포착해 영화로 만들어 내어 "저 느낌 언젠가 느낀적 있어.."라는 감성적 공감을 준 단편 <체온>등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을 극영화도 부산에서 적잖게 만났답니다..



쩝.. 사실은요 부산에 도착한 첫날 밤에 피시방을 찾아 다녔습니다..

그날 그날 있었던 일을 따끈따끈하게 게시판에 올릴 생각였었죠..

처음 발견한 피시방이 4층에 있길래 다음 피시방을 찾다가, 들고 있던 리플렛등 짐을 숙소에 두고 나오자던 생각이 맥주 몇병을 사들고 들어가면서 그만 흐지부지 되고 말았어요.. --;;



이제 저희는 부산에서의 향연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일본에 계신 김동원,오정훈,윤은정님을 떠올리며 다시 게시판을 수시로 들락날락 하며.. 텅빈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으려니 부산에서 그리도 그리워하던 이곳에 정말 와 있구나.. 실감이 나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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