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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최남규 선생님
번호 100 분류   일반 조회/추천 303  /  120
글쓴이 초심자    
작성일 1999년 10월 19일 09시 29분 22초
범수씨 글 잘 읽었습니다.

여전히 식지 않은 애정을 갖고 있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범수씨가 한말중 생활도 못하는 놈이 무슨 영화람 맞는 말입니다.

어쩐지 새벽부터 이런 저런 생각을 했는데 비슷한 내용이 있어 반갑네요

새벽3시에 보라매 병원에 계신 최남규선생님 병간호를 하고 아침에 와보니

사무실은 여전히 정리가 덜된 상태고 편집실은 페인트칠하느라 어수선합니다. 할일이 없어 컴퓨터앞에 앉았습니다.

선생님은 '풀은 풀끼리 늙어도 푸르다'에 나오시는 건강하고 재미있는 분이셨죠. 마지막 소원이 부인 품안에서 죽고싶다고 했는데... 이젠 얼만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당당한 모습은 찾을길 없고 고무호스 하나로 모든걸 해결하고 있습니다. 아침에 선생님이 잘 알아 들을 수 없는 말로 뭐라고 하더군요. 무슨 소린지 알수 없어서 흰종이에 제이름을 썼더니 사진사라고 합니다. 그래도 희미한 정신에 나를 알아보시나 보다하고 감격했습니다.

선생님과 저의 만남은 카메라였습니다. 그리고 늘 카메라를 들고 있는 저를 보면 "나를 찍어서 네가 죽거들랑 자식들에게 보여줘, 네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수 있게 말이야" 는 말씀이 늘 똑같았습니다.

병실에서 혼자 깨어 있으면서 삶의 문제, 사는 문제등 온갖가지 것들이 떠올랐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기록영화작업을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가.

범수씨 얘기처럼 나의 굳건함내지 의지등으로 가족들을 고통스럽게 하지 않는가. 나는 행복하나 나와 같이 있는 사람이 고통받는 일을 하고 있다면...제대로 사는 걸까. 이런 생각까지 미치자. 생각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고 정말로 부딪칠때까지 버티는 거다는 편한 생각을 하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선생님들의 삶을 생각해봅니다. 거기에 비하면 나의 삶은 하찮다는 생각도 들고 부끄럽기도 합니다. 다른 모든것을 떠나 선생님과 내가 카메라를 통해 한 약속을 지켜야 할텐데 말입니다.

범수씨 얘기는 푸른영상 사람들의 공통된 고민일것입니다.

하지만 방법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방법은 어쩔수 없는 최선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힘들고 어려운 사람은 떨어져 나가겠죠. 어차피 이땅에서 독립다큐를 한다는 것은 제대로 한다는 것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아니 이세상 어느곳에서도 다큐를 한다는 것은 똑같은 처지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도 방법을 찾고 모색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것은 사실이고 영상이 그런부분에 소홀하게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것은 정말 초기의 정신을 계속해서 가져 가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외형은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푸른영상이 가꾸어 나가는 것들은 소중하게 지켜가야 할것이고 범수씨처럼 날카로운 지적 또한 계속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지적이 있어야 한번쯤 뒤를 돌아 볼 여유와 추수릴 시간을 가질수 있을 테니 까요.

범수씨 언제 술이나 한잔 합시다. 옛날 범수씨 집으로 가는 언덕길 초입에 장어구이집에 생겼더군요. 정말 두분과 함께 한잔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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