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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우리네 삶에 눈물을 보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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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
분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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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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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79 / 330 |
| 글쓴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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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주는나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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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11월 15일 00시 56분 19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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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국제노동영화제 첫 상영작을 보러 4호선을 타고 혜화역으로 가는 길이었다.
서서 열심히 <작은책>을 읽느라 고개를 숙인 내 귓가에 부산 사투리가 귀에 들어왔다. 옆에 서 계신 아저씨께 서울역가는지 여쭤보시는 듯했다. 잘모르겠다는 한 마디만 하고 뚱하게 외면하는 아저씨 옆에서 난 껴들었다. "아주머니 서울역 가는 방향 맞아요." 그제서야 좀 어렵사리 길을 물어 보던 아줌마가 말을 트셨다.
딸네가 영등포에서 사당으로 이사하는 바람에 촉박한 기차시간에다 서울역은 초행길이신데, 방향을 반대로 타셨던 모양이다. 자리에 앉자 아까 뚱했던 아저씨를 가운데 놓고, 아주머니랑 얘기를 나눴다. 아저씨는 멋적은 듯이 한마디 껴드신다. "아가씨는 왜 그렇게 친절해요?"라고. '당연한 거지. 그게 친절한 일인가?'라고 속얘기를 삼키며, 난 아주머니의 말씀에 귀를 기울였다.
무척 낯설고 당황스런 상황에서 겨우 빠져나와 아직도 아주머니는 촉박한 기차시간과 불안함에 쫓기시는 듯해서 계속 말을 걸어드렸다. 사시는 곳이 친구네 근처라서 부산지리부터 얘기를 시작했다. 남매가 모두 부산대를 나와 서울에서 결혼해서 산다는 아줌마는 딸네 얘기를 하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못내 감추지 못하는 우리네 어머니셨다. 네 살박이 외손자 아래로 태어난지 보름 밖에 안 되는 외손녀와 씨름하다 가신다고 했다. 아들네는 결혼한 지 6년만에 아이가 생겨서 병원에 가는 길이라 마중을 나올 수 없었노라고 하면서도 서운함은 커녕 이곳에서 도움이 못돼줘서 미안하다고 하셨다.
얘기를 들으면서 난 불안했다. 지하철역에서 출구를 찾고, 서울역광장을 지나 개찰구까지 찾아가실지 걱정이 되었다. 혼자 보러 가는 영화제였기에 난 아주머니와 함께 내렸다. 4호선이라 꽤나 걸어야했다. 아줌마의 걸음이 얼마나 빠른지 왠만큼 빠른 나도 종종 뜀박질을 해야 했다. 개찰구 앞에서 시간이 좀 남아 아주머니랑 줄서서 얘기를 했다. 시간이 있으면 식사라도 함께 하면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는 아주머니는 참으로 정많은 분이셨다.
아주머니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이제 관두고 다른 준비를 한다니깐 아깝지 않냐며 오히려 걱정해주시며, 네 안의 맘을 짠하게 하셨다. 그리곤 대학원까지 나온 똑똑한 딸아이에게 넉넉치 못한 살림 때문에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얘길 꺼내시면서 어느새 그렁그렁한 눈물을 보이셨다. 생각보다 아주머니의 맘 속에 크게 응어리로 맺혀 있었구나 싶었다. 난 처음 보는 처녀 앞에서 눈물을 보이신다며 아주머니께 엷은 미소를 지며 손수건을 건네 드렸다.
그러면서 이번에 사당에 한 아파트에 전세로 집을 옮긴 따님의 얘기를 이으셨다. 집을 구하는데, 찾아가는 주인들 마다 말을 자꾸 바꾸고 집값은 계속 뛰기만 해서 15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고 하소연했던 따님의 얘길하시면서 또다시 눈가가 젖으셨다.
예전부터 좀체 사람들의 얼굴을 쑥스러워 빤히 쳐다보지 못했던 나인데, 얘기를 듣는 내내 난 아주머니의 얼굴과 눈을 유심히 보았다. 참으로 삶이 그대로 묻어나는 얼굴에 패인 주름과 그 정많은 인상을 잊을 수 없다. 특히 말할 때 그 눈에서 빛나는 솔직함과 진실함은 듣는 나로 하여금 참으로 숙연하게 만들었다.
헤어지면서 아주머니는 명함 없냐며 계속 고맙다는 말씀을 아끼지 않으셨다. 뒤돌아서면서 나는 너무 부끄러웠다. 오히려 내 삶에 파장을 일게 해주셔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게 아쉬웠다. 한 아주머니와의 잠시간의 만남으로도 우리네 삶에 엮어있는 모든 문제를 되짚어 보는 시간이 되는데 놀라웠다.
서울역 광장을 지나는데, 마이크 소리가 소음과 함께 들렸다. 자보가 붙어있는 뒤쪽으로 가보니 노동자들이 천막농성을 하고 있었다. 천막농성자들의 겨울나기가 힘들다는 얘기가 떠올라서 가까이 갔다. 먼저 세상을 떠난 노동자 열사들의 추모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묵념을 하고, 향을 꽂았다. 고개를 돌리니 곁에 모금함이 있었다. 거침없이 지갑을 열었다가 순간 당황했다. 한주 생활비라는 생각이 퍼득 스쳐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 넣었다. 닥칠 한주가 걱정되긴 했지만...
부랴부랴 영화제 하는 곳을 찾아갔다. 개막작은 <이중의 적>, 한국통신 계약직 노동자들의 오랜 투쟁을 담은 영화였다. 영화에서는 냉정하게 무엇이 그들의 승리를 가로막았는가를 보여주고 있었다.‘이중의 적’이라는 제목은, 권력과 자본이라는 하나의 거대한 적에 익숙해있던 노동자들이 맞닥드린 전혀 새로운 상황을 상징하는 것이다. 바로 연대투쟁을 외면했던 한국통신 정규직 노동조합이과의 이질감이었다. 함께 연대하지 못하고, 서로 신뢰할 수 없었던 내부의 적.
영화 속에서 나는 진압하는 전경들의 방패에 묻어있는 노동자들의 피와 갖은 탄압 속에서 몸서리 쳐지게 지독한 우리네 노동자의 애환이 담긴 눈물을 보았다. 결국 기나긴 파업을 끝내면서 노동조합을 해체할 수 밖에 없는 냉혹한 현실 앞에 그들의 충혈된 눈과 속울음과 울먹이는 목소리에는 참으로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듯했다.
오늘 난 오랜만에 사람사는 세상에 살아있는 목소리를 들었다. 그 짧은 만남 속에서도 참으로 많이 깨지는 듯했다. 내가 현장에서 활동하지 못하고 있는 한계와 더불어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들이 깨져야 이 고통이 끝날건지에 대해 되돌아 보게 되었다. 지하철 역사를 빠져나오면서 동작지부에서 나온 전교조 선생님들께 낮에 서울역에서 받았던 노동소식지를 나누면서, 파병반대 서명을 하고 돌아서는 내 가슴엔 사람만이 희망이란 단어가 새겨졌다.
요즘 책보다는 노동영화나 다큐멘터리, 노동자들의 투쟁이 담긴 현장 동영상을 보면서 어설피 부끄러운 눈물을 많이 흘리게 된다. 눈물을 그치면서 난 다시 한 번 마음 먹는다. 삶터에서 내가 할 몫을 찾아서 함께 나누기까지 앞으로 더 열심히 헤치면서 다녀야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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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님 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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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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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만이 희망이기도 하지만, 사악한 짓을 하는 것도 사람밖에 없지 않나?? 아낌없이주는나무님은 참 감성이 풍부한 것 같네요. 열정도 있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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