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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싸울까, 말까...
번호 786 분류   일반 조회/추천 413  /  168
글쓴이 류미례    
작성일 2000년 10월 10일 12시 52분 23초
장애인센터가 이사온지 2주일 정도 된다.

아침에 출근준비를 하다 보면 회원들의 목소리가 막 들린다.

회원들은 9시 출근이고 난 10시 출근이라서 자주 만나게 된다.



며칠 전 센터에서 일이 있었다.

근처의 교회 목사가 전화를 해서

"장애아이들을 재운다니 그게 말이 될 일이오?" 했다고 한다.

센터의 허영미 선생님은 떨리는 것을 참으며

"우리 회원들은 다들 성인이고, 또 출퇴근을 합니다"라고

정중히 말했다고 한다.

"그렇더라도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야지 어떻게 허락없이..."



그런그런 말을 듣자 허영미선생님은 센터의 책임자인

유찬호 부제에게 수화기를 넘겼다고 한다.

부제가 어떻게 말했는지 잘 모른다.

나는 이 상황을 허영미 선생님으로부터 들었기 때문이다.

허영미 선생님에 의하면 유부제는 유감을 표하며 전화를 끊었다한다.

허영미 선생님은 언제라도 그런 일이 있지 않을까 걱정을 했는데

드디어 올 것이 온건가...하며 말끝을 흐렸다.



그 목사님은 바로 우리 앞집에 산다.

이사오던 날, 차를 빼달라는 부탁을 하다가 그 사모님을 알았다.



전화 사건이 있은 이틀 후인 일요일 아침,

교회를 가려고 대문을 나섰는데

우리 집 쪽문 바로 앞에 서있는 빨간 세피아에

커다란 종이쪽지가 두 장이나 붙어있었다.

"공중도덕을 문란하게 하는 자, 당장 나가시오. 00교회 000목사"



밤에 유부제에게 그 일을 물었더니 남편은 무척 재밌어했다.

우린 차가 없는데, 아마도 그 목사님이 우리 차인줄 알고

그렇게 쪽지를 써붙여놓은 것같다는 설명이었다.

항상 자기가 차를 세우던 자리이기 때문이란다.

난 별로 재미도 없었고 약간 불쾌했다.



그리고 어제,집에 들어가려는데

목사님의 차가 대문 앞에 세워져있었다.

우리 쪽문만이 아니라 옆집 쪽문까지도 가로막고 있는 모양새였다.

바로 전날 일도 있고 해서 싸워보자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라면 기꺼이 싸워줘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남편에게 말을 했지만, 남편은 그냥 두라고 했다.



허영미선생님은 회원들에게 출퇴근할 때

조용조용히 다니라고 주의를 준다고 한다.

그 말을 들으니 좀 속이 상했다.

길도 맘대로 못 다니나....

이사오던 날, 이사짐을 나르는데 주민들이 구경하며

소곤소곤 귓속말을 하는 걸 보며, 느끼며

허영미선생님은 앞으로 닥칠 일을 걱정했단다.

다행히 목사님 말고는 별 반응이 없다.



난 봉천동이 참 좋았다.

그리고 내가 결혼을 해서 봉천동에 살게 된 것이 기쁘다.

아파트에 살면서 쇼핑몰에서 시장을 보는 것보다

손님을 불러세우는 길거리 난전이 재미있고...

<봉천동이야기>에 나오는 그 따뜻한 사람들이 이웃이라는 게 기뻤다.

뭐...사실 그런 것들이 환상이었다는 건

며칠 안되어서 알았지만.



어쨌거나 어디나 사람 사는 곳이고

사람 사는 곳에서는 항상 있을 수 있는 일들을

회원들은, 센터는 지금 겪고 있는 것같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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