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한겨레] 서울시장 후보 TV토론 기약없는 표류
서울시장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텔레비전 토론회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 토론회 일정이 특정 후보의 사정에 의해 갑자기 미뤄지거나 무산되는가 하면, 소수정당 후보는 아예 참석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토론회 참석을 뚜렷한 이유없이 거부하는 후보는 아예 배제하고, 거대정당 후보에 국한된 참석자들의 폭도 넓혀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한국방송은 지난 2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민주당 김민석 후보를 초청해 텔레비전 토론회를 열기로 했으나, 중요한 일정과 겹친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따라 13일로 토론회를 미뤘다.
그러나 이마저도 토론회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 후보의 갑작스런 주장에 밀려 성사되지 않았다.
이 후보 쪽은 “토론회가 민주당 후보에 유리한 쪽으로 흐를 우려가 있어 법정선거운동이 시작하는 28일까지는 토론회 참석을 자제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방송은 이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이문옥 후보나 사회당 원용수 후보에게는 참석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아 공영방송의 책무를 소홀히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소수정당의 목소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를 답습했다는 것이다.
한국방송 쪽은 “토론회 참석자는 원내교섭단체 후보를 우선하고 소수정당 후보에게도 형평성 차원에서 기회를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며 “당시 이 후보의 참석 여부가 불분명한 상태여서 다른 후보와 접촉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문옥 후보 쪽은 “텔레비전 토론회가 소수정당 후보를 외면하는 것은 공명선거 정신을 원초적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유권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라도 공영방송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문화방송도 사정이 비슷하다. 문화방송은 애초 지난 9일 토론회를 열기로 했으나 대여투쟁 기간이어서 참석할 수 없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따라 23일로 일정을 조정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 후보 쪽으로부터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문화방송 관계자는 “이 후보 쪽으로부터 토론회에 참석하겠다는 내락을 받긴 했으나 분위기가 심상찮아 걱정스럽다”며 “이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토론회를 여는 게 곤란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문화방송 역시 소수정당 후보에게는 참석 의사조차 묻지 않았다.
에스비에스는 더욱 체면을 구겼다. 에스비에스는 애초 지난달 19일 토론회를 열기로 제안했으나 중요한 일정이 있다는 이 후보의 주장에 따라 10일로 토론회를 연기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이 후보의 참석불가 방침에 밀려 24일로 일정을 재조정해야 했다.
그런데도 이 후보는 담당자가 바뀌었다는 이유로 사전협의 일정을 어기는 등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에스비에스 관계자는 “이 후보의 행태가 순수하게 보이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이 후보가 참석하지 않으면 김 후보와 단독으로 토론회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토론회가 애초 두 후보를 전제로 기획된 것이어서 다른 정당 후보를 초청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유강문 기자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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