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을 많이 마신 오늘은 이런 저런 얘기를 주저리고 싶다.
하기사 내가 언제는 가리고 말을 했나.
누군가는 나의 글을 읽는 것이 힘들다고...
그 감정의 과잉을 받아안는 게 힘드니
제발 좀 그러지말라고 충고를 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난 어쩔 수 없는 류미례니까.
<먼지의 집> 미영이와 세정이가 왔다.
'나눔의 집' 작업 때문에 바빠서 그 누구도 만나지 못하고 지냈다.
사실 실시간으로 바쁜 건 아니다.
잘하고 싶다는 그 마음과
잘할 수 없는 나의 능력의 괴리를
고등학교 때 책상에 앉아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처럼
마음 한 구석이라도 다른 생각 안하려고 하니까.
그런데 <먼지의 집> 아이들이 왔는데
잠을 줄여서라도 그 아이들을 봐야지.
그래서 술 마시고 얘기하다가 지금 왔다.
지금 시간은? 새벽 3시 50분.
엄마한테 미안하다. ^^
하지만 엄마는 인터넷을 안하니 내가 지금도 일하는 줄 아시겠지.
정말 미안~~~
나는 항상 후배가 무서웠다.
미영이나 세정이가 후배일 이유는 없다.
단지 대학이 같다는 것 말고는 어떤 연관도 찾을 수 없는데
어느 순간부터 나는 언니가 되고 그 아이들은 후배가 되어서 찾아왔다.
선배 후배가 단지 나이나 학번이 아닌데도
나는 지금 선배가 되어있네. 그냥 언니이고 말지 뭐.
단지 말할 수 있는 건
난 좀더 심하게 헤맸고, 아주 다양하게 많은 생각을 해봤기 때문에
그래서 누군가가 힘든 상황을 말했을 때
나도 그런 상황을 겪어봤다는 것.
그 동질감을 잘 말해줄 수 있는 그런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다...
그것이라도 위로가 된다면
힘은 될 수 없겠지만 위안이 된다면 좋겠다..그런 생각했다.
아주 오래 전에 미영이한테 편지를 받았더랬다.
난 참 신기했다. 나한테도 편지가 오는구나...
MBC에서 일할 때 후배 정남이가
자꾸 자마이카인가...아무튼 좀 특이한 나라에 편지를 막 보내길래
그 나라에도 하이텔이 있나...궁금했었는데
이메일주소라는 것이 있다고.
돈드는 게 아니라고 내게 아이디를 만들어줬었다.
그 아이디로 편지가 온 것이다.
편지가 올 데는 없겠지만
'읽지 않은 편지 0통입니다'라는 말이 보기 싫어
어느 날은 내가 rmlist에게로 편지를 보냈다.
"rmlist 심심하겠다. 편지 안와서. 그래서 내가 보낸다" 그런 짤막한 메모.
그래서 편지함을 뒤지면 항상 메시지는
"읽지 않은 편지 1통입니다' 였다.
재미있어 하며 나는 읽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용을 다 아니까. 내가 쓴건데 뭐.
어느 날 "읽지 않은 편지 2통입니다"라는 메시지가 있길래
흠... 기억 못 할정도로 내가 술을 마신 적이 있었나, 궁금해하며
읽지 않은 편지 2통을 열어봤는데
그 중 한 통은 류미례가 보낸 거였고...
그리고 또 한 통이 바로 미영이가 보낸 거였다.
나는 미영이에게 편지를 세 번이나 썼다.
편지는 썼지만 그 편지는 한 번도 안갔다.
나는 왜 안갔는지 아직도 모른다.
'편지쓰기'에 열심히 하고싶은 말들을 쓰지만
편지는 가지 않는다.
그래서 포기하고 지낸다.
다행히 미영이를 만나서
나는 말로 다 했다.
'먼지의 집'을 생각하면 또 떠오르는 게 있다.
한강이라는 소설가가 있다.
나는 그의 소설을 좋아한다.
작년에 <검은 사슴>이라고... 첫 장편을 냈다.
탄광촌에 대한 이야기이다.
나는 그 소설을 셀 수 없이 많이 읽었다.
거기에는 '견디는 법'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나는 힘든 일이 있을 때,
그 소설을 읽으며 그 소설의 주인공에 매혹되었었다.
거기에는 함안, 어둔리와 같은
언젠가 가봤던 것같은 지명이 나온다.
<동강은 흐른다> 작업을 하면서 내가 가보거나 이정표에서 봤던 곳은
함백이나 어달리였다.
나는 <검은 사슴>의 지명들이 지어낸 곳인줄 알았다.
그런데 어느날 지도를 보다가
소설에 나오는 지명들을 보았다.
아주 옛날에 안도현의 시집을 읽다가
'모항'이라는 곳을 동경했었다.
나는 '모항'또한 지어낸 곳인 줄 알았다.
'모항가는 길'이라는 시를 보면서
모항이란 그냥 우리가 바라는 그런 곳이겠지,그런 생각 했었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흐른 다음
그곳이 지도에는 '곰소항'이라고 표기되는 곳
바로 그 곳의 다른 이름인 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함안은 지명에 있었고...
어둔리라는 곳은 아직 찾지 못했지만,
사실 '리' 단위까지 지도에 나오는 경우는 없으니까.
책을 따라가듯 여행을 가볼까.
사실 휴일의 하루는 늦은 잠을 자거나
조카들이랑 컴퓨터게임을 하거나
'낙엽받기' 놀이를 하면서 지내는데
그 시간 좀 내면 갈수도 있을 것이다.
교통비가 좀 들겠지만
도시락을 싸서 가면 소설 속의 지명을 하나라도 찾지 않을까.
아니 '지명'보다도 실종된 여자를 찾는 그 소설의 내용처럼
잡히지 않을 것같은, 정해지지 않은 미지의 뭔가를 찾는
그런 여행을 한 번은 해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한다.
강원도를 생각하면 힘이 든다.
<강원도의 힘>이라는 영화에 깃든 안좋은 기억과
'강원도'에 관련된 싫어하는 사람의 기억, 뭐 그런 것 때문.
그럼에도 나는 강원도, 탄광 그 얘기들이 나온
<검은 사슴>을 보며 내가 싫어하게 된 사람의 기억과
안좋은 기억들을 버텨내고 지웠다. 아이러니이다.
...기억이란, 인간의 기억이란 생명력을 가지고있다.
기억은 늘 아름답고 순한 양처럼 보고싶고 만지고 싶은 것만을
고분고분하게 품에서 내어주지 않는다.
기억을 잘못 부렸다가는 한마리 커다란 괴물을 키우는 꼴이 된다.
그렇게 되면 기억은 주로 밤에 활동하는 까닭에
양과 같이 온순한 동물들이 잠들 때를 기다렸다가
면도칼처럼 날카로운 앞니로 목에 상처를 내고
두 눈마저 파먹으려 달려드는 흡혈박쥐로 변신하기 십상이다...
어쨌든 강원도와 관련된 사람들의 안좋은 기억,
흡혈박쥐처럼 나를 괴롭혔던 "태백"에 대한 피해의식을
나는 지웠다.
이제 강원도를 편안하게 느끼고 싶다.
'나눔의 집'작업이 끝나면
단 하루만이라도 강원도에 가고싶다.
함안이라는 곳엘 가고 싶다.
그건 아주 옛날 모항을 동경했던 것처럼
가보고 싶은 것이다. 이유없는 꿈.
설명할 수 없다 하더라도
느낌이 들었을 때, 한 번 그렇게 해보는 것.
내가...한 번이라도 해보고 싶은 그런 것이다.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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