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일건이라고 합니다. 푸른영상에 온 지는 2년 정도
됐구요, 평택미군기지확장 반대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습니다.
지난 주 토요일(25일)에 푸른영상 식구들과 함께 평택에 다녀왔어요.
저는 작년 봄부터 자주 들락거렸지만 사무실 식구들과 같이 간 건
처음이었죠. 원래는 영화제 준비때문에 편집을 해야하는 상황이었지만
진행도 잘 안되고 해서... 바람도 쇨겸... 바람은 정말 많이 불었습니다;;
김동원 감독님과 미례 누나, 정현 형 그리고 사무실에서 수습과정을
밟고 있는 재영과 함께했습니다.
먼저 국방부가 수시로 노리고 있는 대추초등학교에 들렀습니다.
학교 창문에는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의 얼굴들이 예쁘게 그려져 있는데
대책위 형님들은 자기랑 하나도 안 닮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곤 합니다.
대책위 사무실에 잠시 들르고, 이주자들이 빈집을 고쳐만든 찻집에 들러
생강+대추차를 마셨습니다. 지난 주 국방부가 포크레인을 이끌고,
4000여명의 전경과 용역깡패를 동원해 논을 파헤치는 사건이 있었죠?
주민들, 학생들, 노동자들이 포크레인을 점거하고 울분을 외쳤었는데,
그 때 촬영을 하다가 통곡하는 아주머니를 보고 저도 도저히 촬영을
계속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날은 너무나 평화로운 분위기였어요.
폭풍 전의 고요같기도 하고, 난리 후의 평화같기도 한... 대추리에는
가끔 그런 분위기의 날들이 있습니다. 이런 날엔 형님들과 막걸리 한
잔 하고 재밌게 놀아야되는 것인디... 식구들과 다시 서울로 올라갈
생각을 하니... 또 가서 편집할 생각을 하니... 우울...
찻집을 나와서 평화바람 숙소를 찾아갔습니다.
익산에서 돌아온 문정현 신부님과 오두희 선배를 만나 오랜만에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특히 신부님의 다큐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했는
데요, 신부님의 작업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빠릅니다.
그 날 촬영한 부분은 반드시 그날 편집을 해서 웹에 올리고,
작업을 부탁한 사람들이 진행 속도가 느리면 '무슨 예술하냐'면서
호통을 치시곤합니다. 아무래도 제가 거기에 해당하는 것 같아
무척 찔렸습니다. 아마 푸른영상 식구들도 거의 해당이 되겠죠?
보기엔 씩씩하지만 신부님이 몇 주 사이에 살이 너무 빠져서 모두
걱정을 했습니다.
사무실 차를 타고 들녘을 훓어본 후에, 평화바람 숙소에서 저녁으로
칠면조만한 닭과 소주를 푸짐하게 얻어먹고, 촛불행사장으로 갔습니다.
매일 촛불행사가 진행되는 비닐하우스는 처음에 작고 아담했어요.
지금은 비닐하우스가 더 커졌지만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오다보니
다시 하우스를 확장해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몇 주 전부터는 영화인
들이 대추리에 많이 왔습니다. 영화배우 정재영씨, 최민식씨, 그리고
다른 영화감독들이 스크린쿼터 문제로 싸우면서 이곳 팽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 같습니다. 그 날은 김동원 감독님도 앞에 나서서
"영화인들과 팽성 주민들은 같은 마음입니다"고 감동적인 연설을
했습니다. 솔직히 저는 촛불행사 시간이 너무 길어지자 지루함을 못참고,
아니 민의형님의 유혹을 못참고 그 시간동안 막걸리를 마셨습니다.
급하게 먹는 바람에 서울로 올라오기 전까지 화장실에 두어번 들락
거리기도 했구요, 촛불행사가 끝나고 푸른영상 식구들과 또 딱 한 잔씩
마셨습니다. ㅋㅋ 소원성취...
서울로 출발한 시간은 밤 10시 쯤이었는데,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저는
무척 아쉬운 생각이 (술이 아니고... 대추리 사람들이...)들었습니다.
편집을 후다닥 해놓고 빨리 와서 농사 도와야 하는데...
올해는 농사를 막으려는 국방부와 어떻게 해서든 농사를 지으려는
주민들의 싸움이 계속될 것 같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 자체가 올해
싸움의 핵심이구요, 떠나간 주민들의 논까지 다 지으려면
일손이 많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직접 농사짓기, 돈주기, 자원봉사,
셋 중 일을 택하시면 좋을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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