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조선일보 사설,
“북의 직계부대 학생운동을 섬멸하라”
[기획특집] 96년 연세대 한총련 통일투쟁 사건(3)
지난 7월 18일 부터 조선일보는 `긴급진단 - 위기의 지식인 사회` 라는 특별기획을 4회에 걸쳐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문열 등 일부 보수적 지식인들이 진보를 가장한 선동적 언어들에 의해 테러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보수적 지식인들의 글을 특별기고형식으로 함께 다루었다.
`同志 아니면 적, 극단적 편가르기`, `자기무덤 파는 양극화`, `공존 파괴하는 언어폭력`, `일류·권위 배척하는 천박` 등의 제목으로 게제된 글에서 일부 보수적 지식인들은 "자기 입장에 동의하지 않으면 적이라는 사고로 무장한 대중적 지식인만이 판을 친다"며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라는 현실에 배반당한 이데올로기적 지식인들은 90년대 이래 ‘이념’보다는 공격적인 ‘언어’를 가지고 체제를 비판하는 경향이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선동적 언어와 공격적 언어로 인해 지식인 사회에 위기가 오고 있다` 는 지식인들의 글은 애시 당초 조선일보와는 어울리지 않았다.
한겨레 손석춘 문화부장은 "뜻 있는 지식인들이 기고를 거부한 신문에 깜냥껏 기고하는 것은 물론 자유다. 하지만 진실까지 왜곡하는 교수의 자유는 보기 딱하다. 분명히 짚고 넘어가자. 전투적 작문의 `원조`는 신문권력이다"며 자신의 칼럼을 통해 비판했다.
그리고 손 문화부장은 신문권력의 공격적 언어폭력의 예로 96년 연세대 사태를 거론했다. 그는 "불과 몇 년전 조선일보에 의해 학생운동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쇠파이프 특공대`로 규정당했으며, 그것은 결코 은유가 아니었다"며 "물리적 탄압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얘기했다.
한겨레 손 문화부장의 말대로 96년도 연세대 사태는 언론권력이 구사하는 극단적 언어가 가진 물리적 파괴력의 실체를 보여주고 있다. 당시 조선일보는 단순한 `언어폭력`에 그치지 않고, 정부와 공권력에게 `학생운동을 섬멸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암시를 보내고 있었다.
<손석춘의 여론읽기- 대학가의 철퇴>
사실 96년 이전까지 범민족대회에 대한 언론의 관련보도는 매우 낮은 비중으로 처리되었다. 그러나 96년 8월 14일 조선일보가 범민족대회 관련기사를 갑자기 1면에 세우기 시작하면서, 언론의 대대적 보도가 시작되었다.
14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 11편의 사설을 게재, 다른 신문들이 쓴 사설량의 두배에 달했다. 조선일보는 또 `한총련 보도`를 1면 머릿기사로 7번이나 올렸다. 동아일보가 같은 기간 동안 세차례 머릿기사로 다룬 것에 비하면 어느 정도의 비중을 두었는지 짐작이 간다.
조선일보의 경우 한총련을 `친북 이적단체`로 일찌감치 규정하고 매우 원색적이고 전투적인 용어를 통해 학생들의 친북성과 폭력성을 부각시켰다. 또한 매번 정부와 공권력에게 책임을 물으면서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이번 기사는 당시 조선일보 사설들을 다시 읽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준비했다. 참고로 `신촌사태의 본질`과 `주사파 난동과 정치권`은 당시에 민주언론운동협의회(민언협)이 뽑은 5가지 최악보도에 선정되기도 했다
"친북분자들이 신촌일대를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다"
(8월 14일자 사설 `신촌사태의 본질`)
"파이프와 화염병으로 무장한 조선 노동당 재남 행동대원들이자 김정일의 충실한 하수인들이지 대한민국의 학생이 아니다. 심지어는 「전국연합」이나 「민족회의」같은 기존의 남쪽 급진재야 그룹의 말도 먹히지 않는 「북의 직계부대」인 셈이다."
(8월 16일자 사설 `주사파 난동과 정치권`)
"주체사상이란 병적인 이데올로기에 오염돼 맹목이 된 김일성김정일 숭배자들과 그 아류들을 과소평가할 수 없다"
(8월 21일자 사설 `문제는 이제 부터다`)
" 그들은 그들이 「마귀」라고 거부한 세상 대신에 김일성김정일이 만들어 놓은 진짜 왕마귀같은 세상을 섬기는 「선배」들한테 그들의 영혼을 도난당하는 줄을 모르기 때문이다."
(8월 22일자 사설 `여대생의 투쟁일기`)
연대 사태에서 만난 김대중 주필 "세금은 내야 하나"
언론사 탈세혐의에 대한 검찰의 소환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단연 관심의 초점은 조선일보 김대중 주필의 출두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인으로 꼽혀 왔던 그가 검찰과 벌이고 있는 신경전이 일차적으로 흥미로운 것이기도 하겠지만, 평소 공권력의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해왔던 그가 사주들의 탈세행위를 도왔다는 혐의가 사실일까라는 의구심이 이번 사건에 대한 우리의 관심을 지속케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그 당시 김대중 칼럼은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아이러닉하게도 그가 96년 연세대 사태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던 칼럼 제목은 "세금은 내야하나"였다.
물론 지금의 언론사 세무조사와 전혀 상관없는 글이고, `탈세를 해야된다`는 요지의 글도 아니지만, 그는 이 칼럼에서도 엄정한 법집행을 강조하고 있다.
(96. 8. 24 조선일보 김대중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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