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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아! 96년 연세대항쟁이여!!!
번호 1454 분류   일반 조회/추천 698  /  243
글쓴이 날적이    
작성일 2001년 08월 10일 15시 02분 54초
"가스통 볼모로 협박 ?

가스통에 최루탄 날린건 경찰이었다"

96년 연세대 한총련 통일투쟁 사건 2.

▲96년 8월 17일 조선일보 사회면 머릿기사로 실린 기사이다.

위의 기사를 본 순간 섬뜩한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한총련에 대한 폭력성에 치를 떨고 있는 사람이라면 기겁을 할 기사가 틀림없다.

5년이 지났으니, 혹 한총련의 폭력성에 치를 떨고 있는 사람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이 기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자.

이 기사는 "위험한 물질이 많은 과학관을 점거하고 있는 학생들이 `가스통을 터뜨리겠다는 협박전화`를 보내왔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당시 연세대 과학관에는 5천여명의 학생들이 들어 있었다. 가스통을 터뜨리면 어떻게 될까? 당연한 얘기이겠지만 대부분 사망이거나 중상일 것이다. 사실, 5천명의 학생들이 집단적으로 자살하겠다는 마음을 먹거나 학생운동지도부가 5천명의 목숨을 인질로 협상하는 게 아니라면 가능하지 않은 얘기이다. 차분히 내용을 다시 생각해 보는 것으로도 왜곡보도라는 심증을 굳힐 수 있다. 그러나 기사에서 심증은 필요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런 기사가 나올 수 있었을까?
조선일보 기자가 없는 말을 지어내 쓴 것일까? 그러나 당시 학생들에게 확인한 결과 `가스통이 터질 수 있다`는 얘기를 했다는 것은 사실이었다. 이것만 놓고 보았을 때는 협박성 맨트가 틀림없다. 그렇다면 조선일보 기자는 왜곡보도를 했다는 혐의는 벗을 수 있는 것일까?

불행이도 답은 `no`이다. 당시 한총련 조통위원장 유병문 씨의 얘기는 학생들의 주장과 행동들이 어떤식으로 왜곡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전경들은 시시때때로 건물을 향해 직격탄을 쏘아댔다. 잠을 자다가도 최루탄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나면 학생들은 공포에 떨며 대피해야 했다. 전경들은 신경전을 벌이듯 잠잘시간마다 최루탄을 쏘아댔으며, 학생들은 날마다 대피소동을 벌이며 극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보기에도 위험한 물질들이 과학관 안에 많이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우리는 경찰에 전화를 해 `가스통을 비롯한 위험물질이 많이 있으니, 최루탄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수 차에 걸쳐 전화를 걸었고, 이 과정에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가스통이 있으니, 최루탄을 쏘지 말아달라`는 학생들의 요구가 `협박`으로 변신한 것이다.

당시 기자도 양심이 있었던지, 문제의 기사에서 `가스통을 터뜨리겠다`는 학생들의 맨트를 머리말로 올리지 않았다.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머리말은 가장 중요한 주제를 올리는 곳이다. 이 정도 협박이 사실이면 당연히 기사 머리말에 올라와야 한다. 하지만 정작 기사의 머리말은 `위험한 건물이 많은 학생들이 건물을 점거하고 전경과 대치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가스통을 터트리겠다`는 멘트는 첨언으로 들어갔을 뿐이다. 사실 글의 전반적인 내용 또한 연세대 과학관의 위험성에 주목한 기사였다. 그러나 제목과 편집이 주는 분위기는 절대 그렇치 않았다. <관련기사 보기>

조선일보 왜곡보도를 파헤친다

조선일보의 기사는 항상 이런식이었다. 밑의 기사 또한 전형적인 왜곡보도의 메카니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1996-08-22 04면

한총련 조직­구호­전술 북한식 “그대로”
굶주림속 사수대엔 한끼씩… 선무방법도 비슷

지난 9일동안 연세대를 점거해 폭력시위와 농성을 벌여온 한총련의 조직­전술과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등이 북한의 그것들과 너무나 흡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

상당수의 학생이 며칠씩 굶주리고 있을 때 지도부와 「사수대」등 일부 학생들은 하루 한끼라도 쌀죽을 먹었다는 사실은 일반주민들 사이에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데도 간부들에게는 배급을 주고 있는 북한당국의 식량정책의 복사판이라는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들의 논리는 간단하다. 사수대나 북한의 간부는 모두 한총련 조직과 북한체제의 보위세력이기 때문이다. 쌀 십여가마니와 부식을 쌓아 놓고도 「배가 고프다」 「엄마가 보고싶다」 등으로 외부세계에 동정을 호소한 것도 북한이 전시대비 식량 등을 풀지않고 국제사회 식량지원을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과 다를바 없다.

지난 17일 하루종일 한총련 의장인 정명기(23) 전남대 총학생회장의 육성방송을 일반학생들에게 들려주고 학생들사이에서 지도부가 틈틈이 얼굴을 내민 것등 일반 학생들을 선무­독려하는 수법 또한 김정일이 간헐적으로 신문­방송에 등장해 주민들에게 신심을 불러일으키도록 하는 것과 유사하다.

농성장에서 발견된 일기와 메모 등에 적혀있는 「총화」(사업추진 결과를 종합토론하는 모임) 「통일일꾼」 등의 용어는 북한에서만 사용하는 것이며 「죽음을 결사하고 연세대를 사수하자」는 북한의 신문­방송에서 김정일에 대한 충성과 체제고수를 독려할 때 흔히 사용하는 구호의 형식이다.〈김인 기자〉

위의 기사는 한총련학생들의 북과 연계하려는 억측이 극단적으로 나타난 기사이다.우리는 이 기사를 통해 조선일보식 왜곡보도의 전형과 메카니즘을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이 기사를 분석하기 위해서 기자의 입장에서 이 기사를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사를 쓰기 위해선 소위 `팩트`라는 것이 필요하다. 기자에게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임무가 취재이지만 취재를 한다고 해서 기사가 바로 쓰여지는 것은 아니다. 취재과정에서 기자는 기사를 쓸 수 있는 소재, `팩트`라는 것을 추출해내야 한다. 보고, 듣는 것이 다 기사화 되는 것은 아니다. 뉴스적 가치가 있는 `사실`만을 추출해야 한다. 이렇게 `팩트`를 추출하면 기자는 기사를 쓸 수 있다. 중요한 팩트 부터 나열하면 스트레이트 기사가 되는 것이고, 팩트를 가공해 설명을 가미하면 해설기사가 되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사에 입사한 수습기자들은 남이 쓴 기사에서 `팩트`를 뽑아내는 연습을 통해, 사용된 `팩트`들이 기사에서 어떤 비중과 형식으로 처리되는지에 대한 감을 익히기도 한다.

우리 또한 여기서 기사의 의도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된 `팩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기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당시 기자가 취재를 통해 인지하고 있었던 내용이 무엇인지 쉽지 않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기사에 사용된 `팩트들`은 다음의 내용 정도 일 것이다.

1. 연세대에 고립된 학생들이 식량란을 호소하기도 했으며, 배급을 통해 식량문제를 해결해왔다.
2. 사수대에게 먹을 것이 많이 갔다.
3. 한총련 의장이 선무 방송을 했다.
4. 농성장에서 발견된 일기와 메모에 `총화`, `통일일꾼`, `죽음을 결사하고 연세대를 사수하자`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다.

이 정도 근거로 `북한식 그대로`?

사실 문제의 기사를 읽으면서 바로 느끼신 독자들도 있겠지만, 결론부터 얘기하면 이 정도 `팩트`들로 `한총련 조직­구호­전술 북한식 그대로`라는 제목의 기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은 사실 어거지에 가깝다.

또한 이 정도로 써 볼 수 있는 악의적 기사는 "자신들만의 세상에 빠져 있는 학생들이 연대에 고립돼 있으면서 스스로 비참함을 초래했다" 정도이지, "연세대를 점거해 폭력시위와 농성을 벌여온 한총련의 조직­전술과 그들이 사용하는 용어 등이 북한의 그것들과 너무나 흡사해 충격을 주고 있다"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당시 조선일보 기자가 추출한 팩트들이 어떻게 가공되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기자는 지도부와 사수대들에게만 배급을 준 사실을 북한의 식량정책의 복사판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권위적 조직을 비판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지언정 북과의 연계문제로 돌리기 힘든 부분이다. `팩트`의 진실성에 있어서도 당시 지도부의 경우 건물안에서도 얼굴을 가리거나, 부상자 흉내를 내는 등 신분이 노출되는 것에 대한 보안이 철저했다는 점에서 지도부만 배급을 받았다는 사실은 확인자체가 매우 어려운 부분이다.

또한 외부로부터 격리된 건물에 7일간 갖혀 있던 학생들이 배고픔을 호소한 것이 "북한이 전시 대비 식량 등을 풀지 않고 국제사회 식량지원을 절박하게 요청하고 있는 것과 같다"고 분석한 것이나 대표자가 선무 방송을 한 것이 `김정일식 수법`이라고 추정한 것은 거의 희극에 가깝다.

당시 조선일보 기자가 가지고 있던 `팩트` 중에서 한총련의 친북 혐의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은 농성장에서 발견된 쪽지 정도 인데, 사실 `총화`라는 단어는 국어사전(이야기를 모은 것) 에도 있는 말이며, `통일일꾼`이라는 단어도 사회단체에서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가 매우 약하다. `죽음을 결사하고 연세대를 사수하자`는 구호 또한 그것이 가지는 과격성을 비판할 수 있어도, 그것으로 북에 대한 추종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가 많다.

조선일보의 기사들은 대부분 이런식의 갖다부치기식 추론과 억측을 통하여 선정적 기사를 만들어 냈다. 또한 공안당국의 주장을 마치 확인된 사실처럼 보도 했다. 그에 비해 학생들의 주장과 반론은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기사를 마치며


▲연대 사태 당시 조선일보의 사회면 기사들
왜곡보도에 대한 혐의는 비단 이 기사 뿐만이 아니다. 수많은 기사들에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로 곡필한 흔적이 보이지만, 일일이 분석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 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졌다.

그 당시 조선일보 뿐 아니라 대부분의 중앙일간지와 공중파에서 10일 동안 동시다발로 이루어졌던 한총련 관련 보도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이성적 판단의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의심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인식하게끔 했다.

당시 언론의 편파성을 가지고 문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기자는 기사로 얘기할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으며, 학생운동이 싫으면 싫다고 얘기할 수 있는 신문이 진정한 언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문제는 확인된 사실들로 기사를 써야 된다는 일반적 상식을 벗어났다는 데 있으며. 근거가 없으면 기사를 쓰지 않아야 한다는 일반적 룰을 어겼다는 데 있다.

아직까지도 조선일보의 왜곡보도를 믿지 못하겠다면 차분히 그 당시 기사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길 권한다. 당시 기자가 가지고 있었던 취재내용과 팩트가 무엇인지 분석해 보면서 읽어 본다면, 경찰의 주장을 사실처럼 보도한 내용이나 근거가 부족한 기사들을 쉽지 않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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