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김태일/1995/48분

야마가타영화제 뉴커런트부문 초청,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부문 출품, 아시아 독립 비디오 한마당 상영, 인디포럼96상영

 

기획의도

민가협이 출범한지 10년을 맞았다. 양심수 문제에서 우리사회는 10년 전이나 별반 달라진것이 없다. 가장 치열했던 80년대 중반 경찰의 곤봉에 맞아가며 끌려가는 자식에 대한 분노에서 출발한 민가협은 무수한 시국사건과 시위속에 가장 돗보이며 나름의 독자적인 활동을 전개해 왔다.

이제는 자식들의 뒷바라지에서 독자적인 힘을 가지게 된 민가협은 인권이 무시되는 상황속에서 가장 빛나는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이러한 어머니들의 활동을 통해 드러나는 이땅의 양심수의 실태를 영상으로 담는 것이다.

작품내용

1993.9.23부터 지금까지 탑골공원앞에는 보랏빛 수건을 쓴 어머니들의 목요집회가 있다. 목요집회는 양심수 가족들이 함께 모여 불법적으로 이루어 지고 있는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의 석방을 촉구하기 위한 집회이다.

동시에 양심수를 양산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의 철폐를 위한 운동이다. 1948년 제정된 국가보안법은 이땅에 양심수를 양산하는 초법적인 활동을 해왔다.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가보안법으로 처벌할수 있다는 사실은 냉전 이데올로기의 산물이다.

이러한 법의 철폐는 계속 주장되어 왔지만 한번도 폐지되지 않고 있다. 정권 담당자가 보기에 이법은 너무나 훌륭한 마술 지팡이며 손쉽게 정적을 제거할수 있는 법이기도 하다. 일제시대부터 지금까지 바른소리 정의의 목소리를 죽이고 정권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무소불위의 칼로 사용한 국가보안법의 철페는 시급한 문제다. 한 인간의 인권과 양심을 저버리는 행위가 여전히 법이라는 이름으로 보호받고 있는 상황에서 모든 운동에 앞서 기본적으로 해야할 일이 국가보안법의 철폐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국가보안법 철폐를 주장하시는 어머니들의 모습은 너무도 소중하다. 이 땅의 어느 누가 국가보안법의 페지를 주장할 수 있는가. 이런 어머들의 투쟁이 오래동안 있었다.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가 만들어 진지 올해로 10년이 되는 해이다.

"어머니의 보랏빛 수건"은 10년 동안의 어머님들의 활동과 장기 복역수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나라 양심수의 실상을 보여 주고 있다.

올해 나이 89세이신 고봉희 어머니의 장남 신인영씨. 올해 67세인 신인영씨는 67년 남파 공작원으로 분단의 철조망을 넘어 오다가 붙잡혀 28년째 대전교도소에서 수감되어 있다. 자신의 신념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30년 가까이 감옥에 아들을 둔 어머니의 심정은 어떠할까. 자식이 사형에서 무기로 감형되어 10년째 복역하고 있는 김성만씨의 어머니. 그리고 45년만에 나오신 세계 최장기수 김선명씨, 45년동안 단 한번도 면회를 해보지 못한 아들과 어머니의 상봉은 우리 현대사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었다.

자식을 감옥에 두고 짧게는 1,2년에서 4,5년씩 고통 받는 어머니들의 모습. 바로 보랏빛은 고통을 상징하는 색이다. 이 작품을 통해 인권에 앞서는 무소불위의법 국가보안법이 현재 갇혀있는 400여명의 양심수 뿐아니라 그 가족들의 삶까지도 통째로 가두고 있는 악법인지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보랏빛 수건의 어머니들은 지금도 매주 목요일 마다 탑골공원에서 국가보안법 철폐와 양심수들의 석방을 온몸으로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