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환 상 탄 거 축하해요. '푸른영상도 먹고살아야 되어서'라는 감독님의 말이 재미있어서 쿡 웃었습니다.
바야흐로 송년회가 다가오고 있군요.
이번에 독립영화제에 몇 번 가서 좋은 영화들 보고 배우고 그랬습니다.
남태제 님의 학교와, 이경순님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보고 '구조를 보는 눈, 진실의 자리에 머무는 힘'을 느꼈습니다. 다른 이야기였지만 사회의 조직은(제가 잠시 겪은 조직들의 모습도 포함해서) 하나같이 독단과 배타성을 띠는 쪽으로 가는구나, 하고 남 얘기 같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습니다. 그 조직 속에서 인권과 자유와 예의를 지켜내기 위해 싸운다는 것, 다큐멘터리의 힘을 느꼈습니다. 외롭고도 강인한 힘을요. 그 힘을 배우고, 보이지않게 새로운 세상을 이미 만들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 배워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스물 아홉 한 해를 지내며, 처음 욕심이나 바램처럼 일이 되어가는 것은 아니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예상치 못하고 점치지도 못한 일들과 조건과 맞닥뜨리고, 지치고. 요즘은 어떤가 하면, 좋은 일이 생기면 '새옹지마'라는 말이 얼른 떠오르며 또 안 좋은 일이 될지도 몰라 하고 한 발 물러난답니다. 쉼터를 갑자기 그만두면서 생긴 후유증이라고나 할까요. 의기소침해져서 사람들과 인사만 하고 뭐 하냐고 물을까봐 얼른 뒤돌아선답니다. '왜 내가 그 일을 끝까지 못했을까'하는 위축감이죠. 그런데 독립영화들을 보고, 책을 읽어가다 '그래, 그건 누구나 그 상황에서는 힘들었을 거야, 내 잘못이 아니야.'하고 맘을 다스렸습니다. 그러니 좀더 나아졌네요.
한동안 '그래, 내가 갈 길은 골방에서 글쓰기야.' 하면서 습작한다고 의자에 붙박혀 있다가, 문득 혼자서 너무 외롭구나, 소설쓰기는 사람을 외곬로 만드는 것 같애. 꾸민 얘기가 뭐 그래 재미있다구, 엉터리 소설도 많은데, 어쩌구 하면서 다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생각해 봅니다. 제가 스물 아홉이거든요. (만으로는 아직 스물 여덟입니다!) 이제는 이것저것 하지 말고, 한 길을 열심히 파고들어 거기서 뿌리도 내리고 꽃도 피우고 하고 싶은데, 뭐 딱히 이거다 하고 맘에 와닿는 게 없네요.
어쨌든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을(여성들을) 만나가다 보면 이래저래 실타래가 풀리고, 담고 싶은 이야기도 더 무르익어 자라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터를 그만두고 혼자 문경새재를 걸어가는데 계곡물 속 넙적 바위가 있대요. 백원 던지고 소원 빌면 이루어진답니다. 동전을 들고 내가 원하는 게 뭘까, 생각해 봤더랬어요. 사실 뭐 그래 대단한 거도 아닌데, 태어나서 살아가니까, 남들하고 즐겁게 어울리며,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그걸로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면 좋은 건데, 그렇게 속엣말 하면서 동전 던졌습니다.
그리고 마치 혼자인 양 서두르며 무언가 이루려고(혹은 무능력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 입증하려고) 파지 날리지 말고, 내가 만날 수 있고, 나에게 웃어주는 사람들과 좀더 얘기하며 쉬엄쉬엄 가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