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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Re: 잠깐 이것 좀 읽어보세요
번호 882 분류   일반 조회/추천 426  /  195
글쓴이 푸른영상    
작성일 2000년 12월 04일 01시 06분 20초
보내주신 글 감사합니다.

푸른영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을 읽을 수 있어 기뻤구요.

저희 푸른 영상은 과거 80년대 민주화 운동의 연속선상에서 출발했고

지금까지 주로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담은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지적하신것처럼 부정적이고 객관적이지 못한 세계관이 도드라져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비판적이라해도 저희 작품들 안에는 사람과 세상에

대한 절대적 긍정을 토대로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희망이 담겨있다고

감히 말씀드릴수 있습니다.

분단을 주제로 한 일련의 작품들이나, 철거민들을 다룬 작품들은 분명

부끄러운 우리의 현대사와 정치 현실을 들쑤시고 있습니다.

또 대부분의 작품들이 기층의 시각으로 우리의 사회를 조명하고 있어

중산층들이 보기엔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들은 비단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대변하고자 할뿐

아니라 인간과 사회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을 제시하려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주류 매체들이 쏟아내는 매끄런 이미지들과 메세지안에는

어떤 진실도 희망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현실을 잠시 잊고 쉬게

해주긴 하지만 우리를 소극적으로 만들고 환상에 머물게 합니다.

우리의 경험에 따르면 오히려 소외된 사람들과 숨겨진 사실들에서

인간의 힘과 역사에 대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고 작품을 통해 그 희망과 실천의 의지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아무리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나 숨기고 싶은 사실들이라 할 지라도 그들을 묻어 버리는 것보다 드러 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들의 눈높이에서 세상을 바라볼 때 더욱 또렷이 진실의 상을 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물론 80년대와 현재사이엔 많은 변화가 있었고 푸른 영상이 그 변화들을

못 쫓아 가거나 애써 무시하면서 너무 직접적인 비판에 머물고 있다는 얘기를 듣기도 합니다.

이러한 평가를 저희는 수긍합니다. 나름대로 작품의 주제와 형식의

변화를 꾀하려고 하며 최근 작품들인 '동강은 흐른다'. '또 하나의 세상', '나는 행복하다'들은 비판 보다 희망이 더욱 전면에 배치되는 경향을 앍으실 수 있을 겁니다.

만약 아직도 저희의 변화가 더딘 것 같고 작품들이 진부한 감을 준다면

그건 모르거나 게을러서라기 보다는 저희 능력의 한계라고 고백합니다.

분명 저희에겐 극복해야할 관성과 타성이 있고 좁은 시야에서 비롯되는

무관심과 무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한편 우리는 아직 분단된 나라에서,더욱 심각해져가는 빈부격차를 목격하고 있으며 결코 그 모순들을 비켜갈 수 없다는 것도 저희의

고민거리입니다. 다큐는 역시 소수자편에서 건강한 비판정신을 가지고 있을때만이 생명력을 간직할 수 있으니까요.

결국 '푸른영상은 진정 건강한 아웃사이더냐?'가 궁극적 질문일 것 같습니다. 다큐를 잘하려면 그만큼 잘 살아야한다는 것인데..

..그게 참 어려운 일입니다.



아무쪼록 좋은 지적과 자극에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가끔씩 토론을 통해

만나게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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