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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칠장이들의 노래 - 4월 9일 을 보고
번호 874 분류   일반 조회/추천 532  /  188
글쓴이 장우석    
작성일 2000년 11월 27일 23시 51분 51초
칠장이 박정희의 노래



1

칠장이 박정희는

말했네, 친애하는 국민 여러분, 빨갱이들을 타도하고 잘 살아 봅시다!

그리고 그는 갓 만든 회반죽을 한 통 가져와

남한 집을 새로 칠했다네.

모든 남한 집을 온통 새로 칠했다네.



2

칠장이 박정희는

말했네, 이 신축가옥은 곧 완공됩니다!

그리고 구멍난 곳과 갈라진 곳과 빠개진 곳들

모든 곳을 모조리 발라 버렸다네.

모든 똥덩이를 온통 발라 버렸다네.



3

오 칠장이 박정희여

왜 자네는 벽돌장이가 되지 못했나? 자네의 집은

회칠이 비를 맞으면

그 속의 더러운 것들이 다시 드러난다네.

그 똥뒷간 전체가 다시 드러난다네.



4

칠장이 박정희는

색깔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배운 바 없어

빨간색에 대한 두려움으로

모든 것을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남한 전체를 온통 잘못 칠해서 더럽혔다네.



브레이트 시집, 살아남은 자의 슬픔-'칠장이 히틀러의 노래'에서 히틀러를 박정희로 대치시키고 빨간색을 첨가함.







오늘은 푸른영상의 빨간 다큐에 갑자기 빨갛게 물들어 버렸다.



빨간색을 그토록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박정희는 빨간색을 온몸에 칠한채, 빨갛게 생을 마감했다. 그의 페이트 보조공이 혹시 관속에 이승에서 못다 칠한 회반죽 통을 안겨 주었는지 모르겠군.

아니지, 저승가서도 회칠을 한다면... 저승 인민들의 빨간색 X자를 받을 지니, 씨- 빨-



김태일 감독님은 아쉬움을 남기고 남쪽으로 향했다. 감독님 스스로도 이번 작품이 만족으로만 다가오지 않을 성 싶다. 남아있는 과정과 시간때문이리라. 인혁당 사건은 한국 현대사를, 그 사상사를, 그 투쟁사를 모두 끌어안고 있는 문제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감독님은 분명 카메라 하나에 의지해 역사의 강에서 엄청나게 고뇌했으리라. 인터뷰에 응한 관련자분들 못지 않게 조심스러웠기도 했을 터다.

아, 우리의 빨간 감독님!



박정희의 회반죽 통은 박정희 못지 않은 칠장이들이 주섬주섬 이어받았다. 다양한 뺑끼통들을 들고서 설치는 시대로 왔지만, 그들 역시 회반죽 통을 들고 서 있다.



그런데, 빨간통들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어떤 색깔의 붓을 들고 서 있나?



히틀러보다 히틀러를 용인하고 그를 따른 독일 국민들을 질타한 어느 사상가의 말마따나, 어쩌면 색깔없이 사는 우리들이 회칠장이 인지도 모르겠다. 관념 속에서만 빨갛게 물들어 있는, 그냥 살아가는 자의 슬픔이여!



소중한 다큐는 2시간을 채워줬다. 이제는 2시간의 배움을 찬양하며 살아가는 일만 남은 것 같은데...

감독님은 '우리의 소원은 통일'로 끝을 맺었고...



....END I



POWER TO THE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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