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훈 선생님의 석방을 간절히 호소합니다.
저는 지난 8월 23일 국정원에 연행되어 구속된 박정훈 선생님의 부인입니다.
박정훈 선생님은 개학을 이틀 앞둔 23일 집에서 국정원 수사관 9명에 의해 연행되었습니다. 그리고 저희 집은 1시간 넘게 가택수색을 받아야만 했습니다. 연행 당시 국정원 수사관들은 연행영장을 보여주지 않았음은 물론 저에게 남편을 왜 데려가는지 그 어떤 설명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택수색을 받을 당시 저희 집에는 편찮으신 시아버님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이 현장을 지켜보아야 했기 때문에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박정훈 선생님은 그저 성실한 교사일 뿐입니다.
국정원에서 남편을 연행했을 때 저희 가족이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 사람을 왜 잡아갔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경찰서도 아닌 국정원에서 잡아갔으니 무슨 일인지 걱정이 아니 될 수 없었습니다.
박정훈 선생님은 서울공대를 졸업한 후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사범대에 편입하여 교사가 된 사람입니다. 사범대학을 졸업한 후에 과목이 지구과학이라 바로 학교로 갈 수 없었을 때에도 좋은 직장에 취직하지 않고 입시학원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선생님이 되고 싶은 열망 하나로 지난 세월을 산 순수한 교사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이 어느 언론에 의하면 입시학원에서도 재수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친 것으로 허위보도가 되었으니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우리나라 재수생들이 수업 중 주체사상 교육을 받을 정도로 멍청하고 여유가 있는지 의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96년도에 서울시내 명문고로 재직하기 시작한 다음부터 박정훈 선생님의 모습은 물을 만난 물고기 같았습니다. 지난 5년 동안 남편은 수업시간에 가르칠 내용을 모두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작성하여 분필을 사용하지 않음은 물론이고 학생들 교재도 자신이 직접 책으로 만들었습니다. 3개 학년의 수업 내용을 모두 컴퓨터화 하다보니 지금까지 일요일에는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학교에 가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러한 교육에 대한 열정은 학생들에게 주체사상을 가르치기 위한 모습으로 날조되었고, 주체사상을 전파하기 위하여 학교에 침투한 계획적인 사람으로 국정원은 위조하였습니다. 교사라면 당연히 고민하여야 할 청소년 문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해 서울시내에 있는 청소년단체의 학생들과 함께 한 여러 가지 교육활동 또한 철저한 민혁당 당원으로서의 활동으로 저들은 몰아가고 있습니다. 그 활동의 많은 부분은 내용이 좋아서 서울시 교육청의 지원을 받았는데 그렇다면 서울시 교육청 또한 민혁당의 하부조직이란 말입니까.
세상에 이렇게 억울하고 분한 일이 있겠습니까.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아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훌륭한 교사의 꿈을 갖고 학생들을 위해 열심히 교육활동을 한 것이 모두 북한의 사주를 받은 행동으로 조작될 수 있단 말입니까.
저들은 저희 집에서 엄청난 양의 전교조 자료, 다수의 컴퓨터 공디스켓, 아이들 게임CD, 심지어는 학부모에게 보내는 촌지를 받지 않는 이유가 담긴 편지, 촌지를 건네주려다 거부당해 죄송하다는 글을 쓴 학부모 편지까지 가져가는 등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작태를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저희 집에서 김일성, 김정일에게 보내는 보고문이 나왔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오늘은 대학수능시험 78일전입니다. 많은 학생들이 박정훈 선생님이 학교로 다시 돌아와 수업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남편은 국정원에서도 반 아이들에게 상담을 제대로 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고3 학생들은 수능준비 잘하라고 전달해 달라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는 편찮으신 아버님과 어머님이 착한 아들이 돌아오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또한 아이들 둘이 아빠를 찾고 있습니다.
이 사건으로 현재 조사를 받고 있는 최진수씨, 한용진씨, 박종석씨 또한 이 땅을 사랑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로서 이 사회가 아끼고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입니다.
광화문에는 광복 55주년 기념 "분단을 뛰어 넘어 화해와 협력의 시대로"라는 대형 선전물이 붙어 있습니다. 남과 북이 모처럼 화해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 때에 제발 더 이상의 말도 안되는 용공조작은 영원히 사라지길 간절히 바랍니다.
2000년 8월 29일 박정훈 선생님의 처 유영순 드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