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영상 홈페이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Top
제목 오랜만에
번호 574 분류   일반 조회/추천 355  /  159
글쓴이 류미례    
작성일 2000년 07월 02일 20시 00분 19초
귀가



언제부터인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은 지쳐있었다

모두들 인사말처럼 바쁘다고 하였고

헤어지기 위한 악수를 더 많이 하며

총총히 돌아서 갔다

그들은 모두 낯선 거리를 지치도록 헤매거나

볕 안 드는 사무실에서

어두워질때까지 일을 하였다

부는 바람 소리와 기다리는

사랑하는 이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고

지는 노을과 사람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게 되었다

밤이 깊어서야 어두운 골목길을 혼자 돌아와

돌아오기가 무섭게 지쳐 쓰러지곤 하였다

모두들 인간답게 살기 위해서라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서 조금씩 사람의 냄새가

사라져가는 것을 알면서도

인간답게 살 수 있는 터전과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서라 믿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 쓰지 못한 편지는 끝내 쓰지 못하고 말리라

오늘 하지 않고 생각 속으로 미루어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결국 생각과 함께 잊혀지고

내일도 우리는 여전히 바쁠 것이다

내일도 우리는 어두운 골목길을

지친 걸음으로 혼자 돌아올 것이다



-도종환, <부드러운 직선>(창작과 비평) 중



제목을 잘 지어보려고 이 시집 저 시집 뒤져보다가

이런 시 하나 보았다.

맘 먹은 바를 이루진 못했지만

마음에 와닿는 시 한 편을 보고 옮겨적는다.



항상 미뤄두는 이들이 있다.

편지로라도 이을 수 있는 그 인연을.



푸른영상에서 6개월 인턴생활을 했던 글라라 수녀님,

지금은 로마에 계신데

그 분을 보며 종교를 생각했다.

그리고 20살 이후에 가지 않은 교회를 생각했고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먼지, 이미영.



편집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후엔

한 번도 누군가에게 진지하게 편지를 써보지 못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이...

그저 내일, 내일 그렇게 미루다보니

한달이 쓱 지나가버렸다.



지금 내가 만날 수 있는 한 사람은

매일 해질녘에 전화를 하면

전화를 받는 이.

올해 초등학교 들어간 작은 조카 류승은인데

항상 하는 말이 정해져있다.



고모 어디야?

-푸른영상

오늘 언제 들어와?

-늦게

우린 언제 원카드 한판 해?

-내일이나...



원카드를 못해본지 한달이 넘었다.

오늘은 집에 일찍 들어가서

승찬,승은하고 원카드 해야겠다.

  
쓰기 목록 추천 수정 답글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