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에 몇번 찾아가 뵌적은 있지만 가입은 이제야 한 신입회원입니다. ^ㅡ^; 오늘은 무슨일이 있더라도 회원가입 해야지! 하고 집에서 '아,,덥다,,'하면서 멍하니 있다가 은행 문닫기 10분전에 헐레벌떡 입금을 하고 왔네요.
가입기념으로(?) 예전에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김준호 감독님의 '길'을 보고난 후 썼던,, 약3달전의 감상문을 올려봅니다. 많이 장황하고 부족한 글이니,,그저' 이 사람이 영화를 보긴 봤구나,,'하고 봐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영화 <길> 포스터 헬기가 날아다니고 군인들의 막사가 있는 논에서 할아버지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을 했다. ⓒ 푸른영상
"삶의 자리엔 늘 지나간 시간의 자취가 남아있어 때로는 먼 옛날의 달빛과 달 그림자 같은 이야기를 들려주곤 한다.
(중략)
어쩌면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항상 이곳에 공간처럼 머물러 있고, 인간이 그 시간 속을 흘러가며 때로는 동일한 시간 속에서 서로 함께 호흡하다가 또 어느 땐 서로를 잊듯이, 각자의 마음 속에 자신에 대한 과거와 미래의 시간을 조각보처럼 스스로 짜깁기하여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곽재환
하늘이 무너질 듯 울고있는 대추리의 농부들을 보신적 있으신가요. 우리는 보통 무엇을 잃어버렸을 때 슬픔을 느끼고 울게 됩니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것의 크기가 자신에게 클수록 더 크나큰 아픔을 느끼게 되죠.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모습을 보고 그 아픔을 공유하게 되었다면 그 것은 우리 역시 구경꾼이 아니라 같이 무엇인가를 상실하게 된 피해자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함께 잃어버린 것은 무엇입니까.
평택 대추리에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몇 대째 한 장소에서 뿌리내리며 살던 농부들은 한 순간에 자신의 터전을 잃을 위기에 처했습니다. 농민들과 시민단체, 학생들은 결사적인 저항에 나섰고 이에 경찰은 1만 5천 여명의 병력을 대추리에 투입, 삶의 터전이었던 그 곳은 전장터가 되어버렸습니다. 그 과정을 기록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찾아왔고 지금 소개할 <길>이라는 다큐멘터리를 완성한 김준호씨 역시 그 중 한 사람입니다.

방효태 할아버지 사진출처/참세상
<길>은 2006년 5월의 도두리에서 시작합니다. 그 무렵 마을의 상황은 갈수록 악화되어 갑니다. 정부측과의 협상은 계속 벽에 부딪히고 논에는 차갑고 흉물스러운 철조망이 박힙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주인공인 방효태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묵묵히 논에 나가 일을 합니다. 60넘은 나이에도 근육이 탄탄하게 잡힌 건강한 몸과 그보다 더 건강해 뵈는 미소를 항상 지으면서 말입니다.
“땅은,,, 내 자식보다 귀혀. 자식은 안 봐도 땅을 안보면 한시도 살수 없어.”
땅, 어떤 이들에게는 더 많은 돈을 만들기 위해 사고 기다리고 파는 것. 몇 평당 얼마로 계산되는 무엇. 그러나 방효태 할아버지와 대추리 주민들에게 땅은 하나의 존재로서 정성을 들여 가꾸는 것. 그 일을 몇 대째 해왔고 그래서 숨을 쉬는 것처럼 당연했던 주민들은 어째서 정부가 생명이 자라날 수 있는 땅에 철조망을 치고 포크레인으로 갈아엎어서 못쓰게 만들어 버리는지 도대체 이해할 수 없습니다.
급박하게 시위대나 전경들의 처절한 전투를 담아낸 언론들과 달리 이 다큐멘터리는 그 속에서도 계속되는 일상의 모습을 담아냅니다. 영화 속의 대추리 주민들은 정이 많은 사람들입니다. 힘든 상황이지만 몸에 밴 낙천적인 모습, 유머러스함이 절로 미소 짓게 만듭니다. 대추리 주민들의 운동회가 열리는 부분은 주민들의 그런 면모가 잘 표현되어있습니다. 방효태 할아버지는 이어달리기 주자로 나서서 자신보다 나이가 있는 친구를 제치고 당당하게 역전승을 거둡니다. 둘은 낄낄대며 니가 늙어서 그렇다느니 놀리지만 둘은 서로를 껴안고 축하해주고 어깨동무를 하고 술 한잔하러 하자며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 장면에서 우리는 행복감과 함께 뭔가 낯설은 감정을 느낄지도 모릅니다. 도시에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사람간의 끈끈한 친밀감. 살냄새 나는 정. 그런 것을 주민들은 이 곳 대추리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오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했을 겁니다. 대추리라는 장소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땅에서 생명을 보살피고 서로 부딪히며 살아내온 시간.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난 모든 기억은 어디론가 흩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항상 머물면서 그 곳에 사는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런 땅을, 국가는 어떠한 철학도 없이 국익이라는 논리 하나로 뒤엎고 말았습니다.
마지막 대추리 집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고 방효태 할아버지 곁에서 한 여성 운동가는 끝까지 지켜드리지 못해서 죄송하다며 또 눈물을 흘립니다. 할아버지는 너가 잘못해서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고 힘주어 얘기하며 위로를 건넵니다. 그러나 2007년 봄, 트럭을 타고 결국 자신의 터전을 떠나는 할아버지의 눈은 촉촉하게 젖어있었습니다.

사진출처 한겨레
그렇게 텅 비게 된 공간 위에 새로이 쌓이게 될 시간들은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다툼과 웃음소리들을 대신해서 날카로운 비행기의 굉음과 딱딱한 군홧발 소리가 채울 테지요. 밥 냄새 대신 매캐한 총탄냄새가 감돌 테지요. 경계와 미움의 공간이 될 그 곳은 더 이상 삶의 공간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우리가 잃은 것은 어쩌면 '국익'따위보다 훨씬 중요한 무엇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절망은 거두고 대신 방효태 할아버지가 묵묵히 허리를 굽혀 논을 매만지시며 하셨던 말씀들을 곰곰히 돌이켜 봅니다. 삶에서 우러나왔기에 마음을 울릴 수 있었던 그 '명대사'들을요.
"이기고 지는 것이 문제가 아녀. 내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겨."
"길은 길이여. 그것이 어떤 험하고,,, 어느 곳에서 끊겨있을지 모르는 일이지만 이게 길이니까 마지막까지 가는거여!"
부끄럽게도 대추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사건이 모두 종료된 지금 시점에서야 알았고 그래서 이 글을 쓸 자격이 내게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면서 거기서 어떤 일이 일어났고 거기에 있었던 사람들이 어떤 사람들이었는지 잊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것. 그것이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이 영화를 찾고 관련정보를 찾으며 같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다면 그 역시 좋은 일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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