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입니다. 저 기억하시지요?
저는 상준님을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2000년도에 광주촬영 가신다고 제 카메라를 빌리려 하셨잖아요.
그 때, 카메라 가지러 오신댔다가 새로 구입하셨다고 미안해하셨었잖아요.
굉장히 사려깊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졌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두 번 정도 더 뵈었습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제가 편집 때문에 정신없던 어느 날,
빨간경순언니를 포함한 몇 분과 술을 드셨던 것같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이유는 그 때 집에 가려고 나왔다가
술집에 한 번 가볼까....망설이고 있는데
버스정류장에 서 계셨었거든요.
정식으로 인사를 한 사이가 아니라서 제대로 인사를 하기도 그렇고,
또 모른 척 하고 나란히 서있기가 그래서 멀찍이 서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이제 이렇게 게시판 상에서 뵙는군요.
저는 김동원감독님처럼 1차 정보를 접한 위치도 아니고
또 '김종태 열사' 작업과 관련된 사람도 아니라서
제가 이 일 자체에 대해서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전 푸른영상의 일원이고
상준님께서는 푸른영상 전체를 거론하시며 말씀을 하셨기에
이렇게 몇 자 주저려봅니다.
상준님께나 푸른영상에게나 안좋은 결과만 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저 지금은 깊게 생각하기 전에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고 싶군요.
'김종태의 꿈'은 푸른영상의 기획으로 시작된 게 아닙니다.
"야,이씨발놈들아.독립영상에서도 아이템사기치냐?
정말 조~ㅅ 겉은 것들이네". 라고 말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푸른영상에서 일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참말 억울합니다.
김종태 모임에서 푸른영상에 제작의뢰를 하였고
맡을 것인가, 말 것인가, 또 누가 맡을 것인가에 대해서
아주 길게....길게 회의를 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푸른영상은 거의 모든 일을 전체회의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잘 기억합니다.
그리고 상준님이 거기에 관련되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일이 진행되어가는 방향이 별로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느낌상 상준님은 계속 작업을 하실 의향이 있는데
작업이 제대로 진척되지 않음으로 인해서
김종태 모임 측에서 더이상 상준님께 작업을 맡길 의향이 없는 것처럼
그렇게 보였거든요.
그리고 몇 번이나 진행된 전체회의에서는
가능하면 맡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결정을 몇 번이나 내렸고
정 맡아야 한다면 상준님 문제에 대한 정리를 전제로 얘기했습니다.
제가 아는 부분은 여기까지입니다.
앞서도 말씀드린 것처럼
푸른영상은 전체모임에서 모든 일을 결정하기 때문에
다행히(?) 저도 이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거겠지요.
어쨌든 어떤 이유에서든지 상준님의 글을 보건대
많이 불쾌하셨고 많이 상심하셨고 그래서인지 많이 공격적이시더군요.
그렇지만 바람직한 행동은 아닌 것같습니다.
왜냐하면 상준님의 글은 푸른영상에게라기보다는
스스로에게 상처를 더 많이 남길 것같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정말로 문제를 느끼셨다면
양병이형님이든 최광렬씨든 의뢰인들에게 먼저 문제를 제기하셨어야죠.
김종태열사 관련 영상물을 만드려고 하고
제작자를 물색했던 건 김종태 모임이었고
푸른영상은 어찌어찌한 이유로 그 일을 맡은 것뿐인데
마치 뺏은 것처럼 표현하시는 것이 불쾌합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표현이 그렇게 어긋난 건가요?
현재 '김종태의 꿈(가제)'을 만들고 있는 김성환은
2년동안 작업에 매달리면서 살이 쫙쫙 빠지고 있습니다.
처음 그 친구가 작업을 맡겠다고 했을 때
저는 그의 과도한 책임감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말리고 싶었습니다.
다들 자기작업하고 싶지 누가 의뢰해오는 작업을 하고 싶을까요?
세상에다 대고 하고 싶은 '내 말'들이 가슴 한가득인데
누가 자기 말을 접어두고 '남의 말'을 대신하고 싶을까요?
푸른영상에서 일하다보면 '남의 말'을 대신 해야할 기회가 가끔 생깁니다.
저희들은 집세도 내야하고 쌀도 사야하기 때문에 그 일을 합니다.
내 작업만 하고 싶은 욕심을 접어두고 '공공의 일'인 그 일을 맡습니다.
의무감으로. 왜냐하면 돈이 생기니까요.
그러데 가끔은 돈은 생기지 않지만 해야하기 때문에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대인지뢰' 관련 사업이 그렇고
'나눔의 집 후원회 밤 영상물' 같은 사업이 그렇습니다.
처음 '김종태의 꿈(가제)'은 그런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김성환은 '남의 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김종태 열사와 자신과의 접점을 찾아내려는 기나긴 사투 끝에
'자신의 말'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습니다.
상준님이 김종태 열사 관련 영상물을 만들고 싶다면
지금이라도 만들면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김성환은 김종태 열사의 꿈에 관해서 만들고 싶어합니다.
상준님은 김종태 열사의 무엇에 대해서 만들고 싶은가요?
만드시면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인디포럼에서는 '현대자동차 해고 문제'를 다룬
네 개의 시선에 대한 세미나를 벌인 적이 있습니다.
그런 것이라 생각됩니다.
돈이 문제인가요?
글쎄요, 요즘엔 푸른영상도 돈이 없어서
김성환은 사비를 털어가며 작업을 하고 있더군요.
가끔씩 친구 딸의 돌잔치나 결혼사진을 찍어주면서 몇 푼을 받고
그걸로 이러저러한 제작진행비를 충당하고 있답니다.
(이런 말 하려니 자꾸 구차해지는군요)
정작 작업의 시기가 되었을 때
'내 먹고 사는 것의 바쁨' 때문에 미뤄왔던 상준님,
저희들 또한 먹고 사는 것에 바쁘지만 저희들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저희들의 본업에 충실하기 위해서 먹고 삽니다.
그리고 그 시작이 의뢰였든 자기 마음이었든
일단 시작한 작업은 마음과 몸을 다 바치고 시간과 노력을 다바쳐
그렇게 작업을 합니다.
동료들의 호된 비판과 질책은 늘어지는 작업자들을 일으켜세우기도 합니다.
선배들이
'살뜰이 가꿔온 견결한 독립다큐멘터리성라는,누구에게나 인정받는 이미지'
를 해치지 않기 위해서 우리들은 최고의 능력은 아니더라도
최선의 노력은 다하려고 합니다.
누가 아이템의 권리를 주장합니까?
상준님이 아이템의 권리를 가졌다면 권리 행사 하시면 되잖습니까?
그리고 님에게는 다큐멘터리가 '아이템의 권리'의 문제입니까?
처음 상준님 글을 봤을 땐 무척 기분이 나빴습니다만
시간이 좀 지나니 오해가 있다면 풀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딴건 바라지 않습니다. 일의 전후 사정을 먼저 살펴보시지요.
양병이형님이나 최광렬씨를 찾아가보는 건 어떻습니까?
혹시 여유가 되면 마음을 가라앉히십시오.
당신은 지금 스스로를 잃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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