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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버스안에서
번호 220 분류   일반 조회/추천 346  /  142
글쓴이 류미례    
작성일 1999년 12월 15일 23시 04분 10초
26번 버스를 타고서 매일 출근을 한다.

오늘은 아마 처음 시작하는 아저씨였나보다.

타는 문 바로앞에 '교통자율봉사대' 옷을 입은 아저씨(지도?)가 같이 서서

길마다, 정류장마다 주의할 점을 알려주고 계셨다.

나는 운전하는 아저씨 바로 뒤에 앉아있었기 때문에

지도아저씨의 말대로 길을 보고

문 닫는 것을 보고, 또 문 여는 것을 보면서

지시대로 같이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푸른영상까지 왔다.



그러면서 몇가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내리는 문 같은 경우 문 여는 것은 통제가 되는데

문 닫는 것은 통제가 안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것을 무시하고 내렸다가는 다칠 수도 있다고한다.

그리고 노란 불이 켜지는 것에

버스는 갈 수밖에 없다고 한다.

급정거하면 승객들이 다칠 수 있어서

그냥 간단다. 딱지 뗄 각오를 하면서.



지도아저씨 말대로 타고 내리는 승객들을 같이 보면서

그리고 백미러와 경찰차를 같이 보면서

재미있기도 하고 그리고...

참 따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도하는 아저씨는

아주 세심하게 지도의 말을 하다가

혹시나 운전아저씨가 기분나빠 할까봐

자기고민도 얘기하면서

참 따뜻하게...그렇게 노력을 하는 것같았다.

참 보기좋았다.



서울이라는 도시는

처음 내가 느꼈을 때에는

아주 무서운 곳이었다.

내가 처음 서울에 온 것은 중학교 2학년, 아마 14살 때였다.

14살 크리스마스때 나는 폭설 때문에 14시간을 버스를 타고 오면서

그 먼 해남에서 목포로, 그리고 다시 서울에 오면서

나는 세 번은 까무러쳤을 것이다.



우리 살던 해남 황산면 옥연리는 차가 별로 없었고

나는 30분을 넘게 차를 타본적이 없었기 때문에

멀미약을 먹고서도

멀미를 하고 나중엔 더 게울 거 없을 때까지

헛구역질을 하며

득달같이 달려드는 그 눈발을 보며

중간중간 쉬는 차안에서

깜박깜박 잠을 깨며

혹시나 서울일까 그러면서 3시에 차를 탔다가

아마 새벽 4시에 도착했던 것같다.

큰언니는 그 때까지 기다렸고.

버스가 폭설때문에 연착을 한 것이었다.



엄마는 내가 어디 갈 일 있으면

눈에 힘을 주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눈에 힘이 없어서 멍청해보여서

사람들이 잡아가서 식모를 시킬 것이라고.

딱 식모라고 말을 했었다.

사람들이 식모가 모자라서

길 다니는 애들을 잡아가는 곳이 서울이라고.

나는 내가 사는 중화동에서 태능중학교,

그 네정거장 말고는 다른 데 가지 못했다.

너무나 무서워서.

낯선 사람들은 다 무서웠다.



그리고 대학에 가고

새로 세상을 알고

그렇게 넓혀지는 내 생활의 영역들을 보면서도

한번도 그곳을 서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내 사람, 그렇게만 생각을 했었다.



오늘 아마도 내가 생각하기로는 처음으로 서울을 느꼈던 것같다.

버스에 타고 내리는 애 업고 내리는 아줌마,

버벅거리며 묻는 아저씨,

그저 길에서 쉽게 볼 수 있고

그건 해남에서 보던 우리 아저씨들, 아줌마들하고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얼굴 처음 보고 그냥 그랬었는데

참 그 사람들 모습들, 그리고 지도하는 아저씨,

운전하면서 학자금 걱정 하는 운전하는 아저씨,

그렇게 그렇게

애정가는 사람들이 어디나 있는 곳,

사실 나도 서울 사람이니까.



오늘 처음 서울을 느꼈다.

서울에서 10년을 살고

그리고 광명에서 5년을 살면서도

난 한번도 서울을 못 느꼈는데

오늘 처음 서울을 느꼈다.



그리고 생각했다.

서울은 그래도 참 따뜻한 곳이구나.

그런 생각했다, 오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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