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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하루에 한 가지씩
번호 2145 분류   일반 조회/추천 885  /  301
글쓴이 미례    
작성일 2002년 04월 25일 01시 33분 42초
바보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다.

월요일, 전체 회의가 있는 날.
날은 더웠지만 혹시 바람이 불지 몰라 하은이 덮어주려고 싸개를 가져갔다.
회의 내내 칭얼대던 하은이는 막바지엔 토까지 했다.
회의는 막바지에 다다랐고 더이상 참기가 힘들었던 나는 집으로...
그런데 집에 가서 생각해보니 잊고 온 것이 있었다.
하루에 한 가지씩은 꼭 두고 다녔는데 이번엔 세 가지나.
하은이 싸개, 성환에게 얻은 쇼파 천, 그리고....취재수첩까지.
말하자면 하은이만 빼고 다 두고 온 격이었다.

화요일, 양강중학교 강의하는 날.
절대로 말을 듣지 않는 아이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며
시민영상제에 접수됐던 영상물들 중 흥미있는 몇 개를 고르고
교재도 좀 재미있는 걸로 고르고...촬영에 대해 가르치는 날이었다.
방송실에 들러 카메라를 가지고 3층 교실로 올라가니
늘 그랬던 것처럼 지네들 일로 바빴다.
준비해온 영상물을 틀어주고 방송반 카메라를 드는 순간
밧데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면서 케이스와 알맹이가 분해되어버렸다.

맨 앞에 앉아있던 2학년 남학생이 하얗게 질리며
"으악, 선생님. 그거 하나 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비명을 지른다.
"괜찮아. 고치면 돼"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서인지 목소리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흘러나왔다.
준비해간 내 카메라로 그럭저럭 수업을 진행하다가
쉬는 시간, 방송반 3학년 언니에게 가방 안에 있는 다른 밧데리를 주며
카메라를 한 번 켜보라고 시켰다.
3학년 언니가 카메라를 드는 순간, 여분의 밧데리 또한 박살....

한 사람당 3~5분씩 5컷 정도를 찍어보는 실습을 내 카메라로 진행하는데
자유분방하게 잘도 만지는 아이들.
말은 못하고 속만 탔다.
가끔씩 전원이 왔다갔다 하던 내 카메라는 아예 맛이 간 듯....
돌아오는 길에 소니코리아에 맡겼더니 일주일 정도 기다려야 하고
최소 4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 것 같다고 한다.
하루 수업료가 5만원인데.....

어떻게 밧데리를 고쳐보려고 푸른영상의 이상엽에게 물어보니
대리점에 가서 고쳐보란다.
'아..아까 카메라 맡길 때 물어볼걸' 후회하며 다음날을 기약했다.

수요일. 소니 코리아에 가는 길.
94번에 타니 승객이 5명 정도밖에 없다.
하은이를 업으면 노약자석에 앉을 수 있어서 좋다.
따뜻한 햇살에 하은이도 자고 나도 졸고...
몇 정거장 안 왔는데 운전사 아저씨가 차가 고장이라고
뒤에 오는 버스로 갈아타라고 한다.
버스를 갈아타니 노약자석 뿐 아니라 모든 좌석은
중고등학교 애들로 꽉 차 있었다.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잠든 하은도 흔들흔들....
허리아파 죽는 줄 알았다.
'난 나중에라도 꼭 아기 업은 엄마에게 자리를 양보해야지.' 결심.

영등포역에서 내려 신길역 앞에 있는 소니코리아까지 걷다보니
웬 바람은 그렇게도 부는지....
드디어 소니코리아에 도착.
어제 본 그 사무원에게 밧데리를 내미니 사무원은 살펴보지도 않고
"손님, 밧데리는 에이에스가 안돼요. 새로 사셔야 해요" 한다.
얼마나 하냐는 물음에 10만원 정도 한단다.
걱정만 가득 안고 푸른영상에 돌아오니 하루가 다 갔다.

내일은 또 무슨 일이.....
걱정부터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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