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떤 잡지책을 보니까 강남책, 강북책이란 분류법을 쓰고 있었다.
비주얼 중심이면서 고가의 강남책, 그렇지 않은 강북책.
그 분류에 따르면 <더 블루 데이 북>은 대표적인 강남책이다.
오래 전에 명성은 들었지만 며칠 전 처음으로 빌려서 봤다.
적절히 포착된 동물들의 사진과 또 그 사진을 빛내주는 글귀까지
그럭저럭 재밌게 보았다.
그런데 그 책의 주인이 갑자기 죽었다.
정말 우울한 날들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죽음으로부터 시작된 우울은
정말 깊고도 크게 나를 감싼다.
하은이를 봐도 우울하고 남편을 봐도 우울하다.
이제 눈을 떠서 뭉실뭉실 뭉쳐다니면서 깽깽거리는 황진이의 새끼를 보면
'저 어린 것이 지 어미를 떠나서 또 어디로 갈 것인가'에 우울해지고
하은이를 보면 '이렇게 애써 키워봤자 나갈 곳은 저 거친 세상뿐이라니..'
하는 한탄으로 한숨이 나온다.
봄이어서인지 남편은 꺼칠한 얼굴색으로 언제 나갔는지,
또 언제 들어왔는지 모르게 바쁘고
엄마는 청소하는 빌딩의 정규직아줌마들과의 싸움 때문에
새벽일을 마치고 돌아와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가슴의 통증을 호소한다.
식목일날 카드빚때문에 목숨을 끊은 일가족의 얘기가 매일밤 살아난다.
조심성없는, 아니 의지과잉의 보도진들의 행태 때문에 고스란히 보게 된
8개월 아이와 그 아이가 먹었을 파란 제초제가 담긴 우유병이 끔찍하다.
심지어...
오늘 엄마랑 같이 감을 깎아 먹고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에 감껍질과 씨를 버리다가
깨진 씨앗 안에 새싹처럼 앉아있는 씨눈을 보니...
흙에서 자라야할 생명을 이렇게 버려도되나...
그런 생각 때문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아무래도 정상이 아닌 것같다.
산후 우울증이 이런 건가?
밖은 만물이 소생한다는 새 봄인데...
난 왜 이러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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