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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희망의 독
번호 171 분류   일반 조회/추천 310  /  139
글쓴이 류미례    
작성일 1999년 11월 18일 02시 48분 37초
<인간이 가진 무수하고 수많은 마음갈래 중에서...

설마, 설마, 희망을 가지지 말아야 했다.

그가 그럴 것이라는 것을 처음부터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래도 혹시나 하는 그 희망의 독...>

--- 그냥 <봉순이언니> 중에서 한 구절 옮겨적어봤습니다--



'제5열'이라는 재미나는 인터넷 사이트가 있습니다.

내가 그 곳을 알게 된 데에는 몇가지 과정이 있었습니다.

별다른 건 아닙니다.

아는 사람이 촬영을 하고, 아는 사람이 AD를 해서

꼭 한 번 봐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동티모르 관련된 MBC스페셜이

지난 주에 방송되었었습니다.



저는 방송시간이 당연히 11시 30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이제는 말할 수 있다'가 그러하거든요)

11시쯤에 사무실을 나서는데 아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뭐하냐고 그래서 MBC스페셜 보러 집에 간다니까

벌써 끝났다고... 스페셜 방송시간은 10시랍니다.



갑자기 계획했던 일에 차질이 생겨 멍하니 있다가

택진이 조계사 작업 하는 거 거들다가

그냥저냥 밤을 새우게 되었습니다.

상엽이가 지나가는 말로

"그 프로그램은 인터넷을 통해서 볼 수 있대"라고 해서

인터넷 검색어에 '동티모르'라고 쳤더니

MBC스페셜은 안나오고 여러 사이트가 나왔는데

그 중에 관심을 끈 게 '제5열'입니다



제5열은 스파이랑 비슷한 말인 것같습니다.

그런데 그 사이트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희망을 말하고 싶다는....그런 발언들이 많습니다.

희망에 반하여 희망하라...던가, 뭐 그런 말이 있던 것같습니다.

관심있으시면 찾아보시기를.

(제가 인터넷 주소를 적을 줄 알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으시겠지요?

제가 찾은 절차대로 1. 검색어에 동티모르를 치면

2. 조명신이라는 사람이 나오는데

3. 그 항목을 클릭하면 됩니다.



요즘엔 '희망'이라는 말을 많이 생각합니다.

그리고...'희망의 독'에 대해서 절실히 느끼는 날들입니다.

설마, 설마 했던 일이 현실로 나타나고

그 현실을 얼른 인정못하고 자꾸 '아니었으면...'하고 바라는 것이지요.

그게 바로 희망의 독, 희망에의 중독인 것같습니다.



실현가능하고 바람직한 그런 일들에 대해서 희망을 갖는 것은

건강한 세상에 한 치 정도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겠으나

전혀 가능성이 없고, 그리고 바람직한 일도 아닌 듯 하지만

단지 감정이 시키는 것에 따라서...

마치 어린 날, 가질 수 없는 장난감을 앞에 두고 떼를 쓰듯이...

가질 수 없는 어떤 것을 가지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이제 부질없는 희망은 버려야하는 것은 아닌가

그런 생각 하고 있습니다.





MBC스페셜 보려고 집에 가려 했던 날,

<이웃의 토토로>를 보았습니다.

얘기는 많이 들었었는데

세상에 그렇게나 사랑스럽고 귀여운 영화도 있더군요.

그리고... 거기 나오는 '사스키'가 '메이'를 챙기는 것 보면서

저희 세째언니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제 바로 위 언니인데, 사스키처럼 착하진 않지만

절 그렇게 챙겨줬었거든요.



러시아에서 10년 가까이 살고 있는데

이번 봄에 이가 아프다고 갑자기 왔습니다.

저희 식구들은 너무나 황당해했지요.

어쨌든 치과에 다니면서 열흘 정도 있다가 갔는데

푸른영상에도 왔었습니다.

엄마가 언니에게 "푸른영상이 어떤 곳인지 알아보고 오너라"

그러셨다더군요. 엄마는 세째언니를 제일 좋아했거든요.



푸른영상에 와서 딸기도 먹고 이런 저런 얘기 했었는데

아마 그 때 화제가 의료보험료 문제였었습니다.

길을 몰라 나중에 집에 데려다주는데

학생회에 다시 돌아온 기분이라고 그러더군요.

그리고.... 다 큰 사람들이 앉아서

의료보험비 걱정을 하는 것 보면서

이런 세상도 있나... 그런 생각 했답니다.



집에 돌아가서는 엄마께

아주 좋은 사람들하고 같이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그러더군요. 많이 착해진 것같았습니다.



토토로 보고 언니 생각이 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군요.

언니는 제게 '카메라를 믿어라'라는 말을 했었습니다.

카메라가 있으니, 카메라를 믿고 살아가라.

사람한테 기대지 말고, 카메라를 믿으라고.



작업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주간반, 야간반으로 나눠서 작업하고 있답니다.

그래서인지 아주 한 밤중에도 가끔 깨면 금방 잠에 빠져들지 못합니다.

그런 생각 했어요.

카메라를 믿어야지.

부질없는 희망의 독에 빠져들지 말고

카메라를...희망인양 바라보고 살자고.



참, 그 얘기 했던가요?

개인 카메라를 샀습니다.

TRV-900을 샀는데

이름도 있습니다. 쫄쫄이라고...

항상 저를 따라다니니까요.

쫄쫄이를 믿고서

행복하게 살아가야겠습니다.



편집 하다가 너무 속이 쓰려서 잠자리에 들었다가

몇 자 주저렸습니다.

아무 얘기도 안 한 거죠 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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