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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번호 1667 분류   일반 조회/추천 501  /  205
글쓴이 류미례    
작성일 2001년 10월 19일 22시 05분 31초
링크 첨부   1019-1.jpg(0 Byte)
그래도 떠밀고 싶은 걸~~! ^^

하은이가 뒤집기를 한다, 아니 못한다.
그 조그만 몸으로 돌아누우려고 막 힘을 쓰는데
몸뚱이는 돌아가지만 머리에서 걸린다.
손가락 하나로 머리를 약간만 들어줘도 홱 뒤집는데...
내겐 손가락 까딱하는 그 힘이
아이에겐 제 힘에 넘치도록 큰가보다.
낑낑대며 애쓰다가 나중엔 잉잉 운다.
마음먹은대로 몸이 안 움직이니까 낑낑대는 걸 보면
귀엽기도 하고 애처롭기도 하다.

엄마 말씀이 애들이 뭐 하나를 하려면
(예를 들어 뒤집기를 하거나 기거나 걸음마를 하는 등)
많이 아프다고 한다.
그땐 그러려니 했는데 하은이를 보니 왜 그런지 이해가 간다.
이제 107일째, 새털같이 많은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른 거겠지만
이 자그마한 아이는
어찌되었든 제 힘으로 땅을 딛고 서기 위해
매일매일 꽁꽁 힘을 쓴다.
누가 도와줄 수 없는 저만의 일이다.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공지영의 <수도원기행>을 읽는다.
계획했던 일은 아니다.
문화상품권을 선물받았는데 어느날 난 마을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서점을 구경하다가
새로나온 아기 잡지가 있어서 샀는데
집에 돌아와 펼쳐보니 3~4세용이었다.
(난 이런 정신없는 짓을 자주 한다)

서점에서는 돈으로는 안바꿔준다기에 눈물을 머금고
<수도원기행>을 샀다.
공지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내가 남편을 만나고 10년만에 다시 하느님께 기도를 드리기까지
내 일상에서 깜짝깜짝 날 놀래키며 일어났던 일과
비슷한 경험들이 이 책에는 나와있다.
그래서 기분이 나빠졌다.
그런 기분 있잖은가?
나만의 것, 나만의 향기라고 생각했던 것이
다들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했을 때의 그 허탈함 같은 것.

그래서인지 진도는 빨리 나가지 않고
하루에 1~2페이지씩 밖에 못 읽는데
읽다보니 맘에 드는 구절이 나와서 여기에 옮긴다

-장 루슬로의 시이다

다친 달팽이를 보게 되거든
도우려 들지 말아라
그 스스로 궁지에서 벗어날 것이다
당신의 도움은 그를 화나게 만들거나
상심하게 만들 것이다.

하늘의 여러 시렁 가운데서
제 자리를 떠난 별을 보게 되거든
별에게 충고하고 싶더라도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라.

더 빨리 흐르라고
강물의 등을 떠밀지 말아라
강물은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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