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르고 벼르던 임플란트 수술을 감행했습니다. 양쪽 어금니 없는 상태로 4년동안 앞니로만 밥을 먹었는데 이젠 앞니마저 흔들리는 바람에 결단을 내릴수 밖에 없었습니다.
마취를 하긴 했지만 한시간에 걸쳐 잇몸을 자르고 뼈를 이식하고 드릴로 뼈에 못을 박고 다시 잇몸을 꽤매고.. 3일이 지난 지금에도 식은 땀이 날 만큼 공포스런 기억이지요. 게다가 웬 돈은 그리 많이 드는지.. 하루 3번, 3분씩 이빨 닦는 게 정말 큰 돈 버는 일이라는 것 잊지마세요.
그런데 지금 제가 하려고 하는 이야긴 치과수술보다 훨씬 공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금요일은 마침 평택 대추리에 국방부의 침탈이 예견된 날이었고 전날부터 싸울 사람들이 부족하니 집결바란다는 문자가 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잡아논 수술 날짜를 바꿀수 없어 가기를 포기했고 주민들이 3월처럼 잘 막아내길 바랄 뿐이었죠.
그날 저녁 마취가 풀려가는 얼굴에 얼린 맥주 캔을 부벼대며 통증을 막고 있는데 평택에 대한 뉴스가 나오더군요. 전경, 용역들 5,000명이 몰려왔고 100여명 남짓한 주민과 활동가들이 막으려 했지만 결국 3개의 수로중 두개가 폐쇄되었다는 내용이었지요. 농민들이 농사를 짓겠다는데 수로에 콘크리트를 쳐붓다니... 참 기가 막히더군요. 그리곤 합법성이 어쩌구 보상이 저쩌구하면서 주민들 사정을 동정하는 척 하고 있었지만 결국 다툼의 원인이 불충분한 보상에 있는 듯 보도하더군요.
뉴스를 보고 있으려니 '세상이 전혀 안 변했구나, 아니 더 후퇴하고 있구나'는 절망감이 몰려왔습니다. 포크레인과 전경들 그리고 아줌마, 할머니들의 어이없는 실랑이는 20년전 제가 겪었던 상계동의 그것과 똑같았고 문제의 핵심을 피해가며 엄한 이야기만 하는 언론들의 뻔뻔스러움도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절망스러운건 60년 동안 미군에게 400여만평의 땅을 내어준것도 모자라 또다시 그만큼의 땅을 영원히 내주려하는 노무현 정권의 작태입니다.
최근 노무현정권은 완전히 미국의 개가 되어버린것 같습니다. 특히 올해부터는 그동안 역설하던 '동북아 시대의 균형자론'을 슬그머니 버린채 동북아 평화를 위협하는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에 동의 하는가 하면 FTA를 강행할 차비를 갖추는등 '親美'를 넘어 '屬美'노선을 걷기 시작한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하게 됩니다.
전문가가 아닌지라 충분한 설명을 할 순 없지만 인터넷에서 자료들을 살펴보노라니 평택미군기지 확장과 FTA는 미국의 동북아 구상 속에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만약 FTA를 막지 못한다면 이는 IMF100개가 한꺼번에 터지는 결과이며,'한미 합방'이라 불러도 될 상황이 오게 될거라 하더군요.
('스크린쿼터사수 한미FTA저지 범국민 대책위원회' http://www.nofta.com)
http://www.prometheus.co.kr/articles/111/20060325/20060325145200.html
믿고 싶지않을 정도로 속상한 일이지만 어쩌면 그동안 무관심과 나태에 대한 당연한 결과이며 올해는 어렵고 힘든 싸움들을 꽤나 많이 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뉴스를 보니 연행되었던 대추리 주민중 6명이 구속되었답니다. 불안감을 조성해 주민들 스스로 떠나게 하는게 저들의 오래된 수법이지요.
이번 금요일쯤 대추리를 다녀올까 합니다. 문신부님도 뵙고 주민들 손도 잡아보고 황새울 벌판을 향해 함성이라도 지르면 미안함과 분함이 풀릴까요?
혹 같이 가실 뜻이 있으신 분들은 푸른 영상으로 연락주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