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동에 있는 조선족 선교센타에 다녀 왔습니다. 새해라 한번 가볼 생각을 했었는데 그분들이 먼저 연락하셨지요. 마침 총회 날이었고 많은 중국동포들이 모여 계셨고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모임의 부대표가 며칠전 단속에 걸려 강제추방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는군요.(김윤택씨라고 '종로,겨울에 목소리만 등장하는 분이지요)
작년 3.15조치로 많은 교포들이 귀국했고 이젠 불법 체류자나 단속도 많이 줄어든줄 알고 있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아닌가 봅니다. 아직도 3만 5천명쯤이 불법체류상태고 안산등지에선 단속이 아주 심하다더군요
총회는 매우 열띠고 짜임새 있게 진행되고 있었고 올 사업계획중엔 이곳 사람들에게 무료 중국어교육과 한방진료를 하면서 자신들의 문제를 알려가겠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총회를 지켜보면서 '이분들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분들은 평범한 아줌마들이었고 처음엔 그냥 돈벌러 남한 땅을 밟았는데 온갖 차별 대우와 단속에 시달려야 했고 중국으로 돌아갈수도 남아 있을수도 없는 처지로 전락했는데 지금은 어느새 운동가가 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회장과 총무직을 맡고 있는 분들은 벌써 6년째 활동비 한푼 못받고 오히려 제 돈을 쓰면서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계십니다.
어떻게 그럴수 있었냐고 여쭤보았더니 '차별 대우를 받다보니 왜 이래야 하는지, 내가 누군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은 곧 비판의식과 역사의식으로 발전하게 되었고 투쟁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그 과정에는 그분들을 헌신껏 뒷바라지한 임광빈 목사나 사회단체들의 지원과 교육도 큰 역할을 했지만요.
그 분들을 보면 다시 한번 상계동 철거민들이 생각납니다. 날벼락같은 철거를 겪으면서 투사로 변신한 그분들과 중국동포들은 사실 여러모로 닮아 있었습니다. 가난과 공권력에 의해 오갈데가 없어졌고 투쟁도 하고 잡혀가기까지 해야하는 현실도 똑 같고 대부분이 아줌마들이란 점도 그렇고 그런 과정중에 의식의 큰 변화를 겪은 점도 아주 닮았습니다(자세힌 모르겠지만 온갖 내부갈등을 겪어야했던 것도 마찬가지일겁니다)
이 분들에게 세상은 이중으로 불공평한 건지 혹은 여전히 공평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찌보면 삶의 고통이 배가 된것이고 한편으론 남들이 결코 겪을수 없는 경험들을 할수 있었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게되니까요.
물론 그런 판단은 남이 아니라 본인들만이 할수 있겠죠. 또 개개인마다 대답이 다를수도 있겠죠. 그러나 적어도 제가 만나본 상계동 혹은 동포 아주머니 씩씩한 표정들을 보면 역시 세상은 공평하다고 믿게 됩니다.
여러분도 중국동포들의 걸죽한 노래들을 들으신다면 가진건 별로 없지만 적어도 문화적 자존심과 신명만은 우리보다 쎄다는 걸 인정하실겁니다.
언제 한번 그분들과 어울리는 자리를 가져보십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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