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방북단에 대한 국가보안법 적용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다.
국폐모( www.antikukbo.net )
1. 수구세력의 총공세가 시작되다.
검찰은 방북단 구성원 가운데 통일연대 소속 성원들이 3대헌장기념탑 앞에서 북측주최 형식으로 열린 "2001민족통일대축전"에 참여하고 일부인사가 김일성 주석 생가인 만경대를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 서명한 내용을 두고 국가보안법을 적용해 사법처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한나라당은 임동원 통일원장관 해임결의안을 내겠다고 벼르면서 정치공세를 펴고 있다. 한나라당은 "국가보안법상 이적행위를 한 방북인사들을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방북 전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가 방북단원 가운데 99년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탑' 건립비를 지원한 사람이 상당수 있다면서 이 명단을 19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하고 있다.
자민련은 방북인사를 보안법 위반으로 엄중 처벌하라고 요구하고 통일 관련 당국자를 사법처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은 표 떨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과 수구언론의 공격이 무서워 방북단 사법처리 방침을 재빨리 밝히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재야출신 인사들은 "철없는 행동"으로 치부하면서 화살을 피하려하고 있다.
2. 이번 파동은 현정부가 통일행사에 참관을 막은 데서 발생했다.
우리는 이번 "파문"이 3대헌장탑에서 연 북측의 통일행사에 남측인사가 개인자격으로 참관하는 것까지 막은 데서 불거졌다고 본다. 미리부터 방북단의 북한행사 참관을 열어놨더라면 방북단 사이의 갈등은 물론 남북한 사이의 긴장도 생길 이유가 없었다. 또한 냉전 수구세력이 목소리를 높일 기회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김대중 정부가 앞을 못 내다보고 졸속으로 한 결정이 시대착오적인 색깔파동을 일어나게 하고 남북관계를 후퇴시키는 원인을 제공하고 만 것이다.
남북화해를 실현하려면 다양한 교류가 있어야하고 남북 사이에 공감대를 넓히는 경험들이 쌓여야 한다. 북측이 주최한 통일탑 행사에 남측의 방문단이 참관하는 것은 남북 사이에 서로를 이해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평양까지 간 마당에 북한측이 주최하는 통일행사에 참관하는 것까지 막은 것이 과연 정당한가? 지난해 노동당 창건 기념일에도 방북단이 참관하지 않았는가? 그때는 되고 이번은 안된다는 논리는 어디서 생겼는가?
방북인사들이 개인자격으로 통일탑 행사에 참관하는 것까지 금지한 김대중 정부의 궁색하기 이를데 없는 졸속 결정이 결국 수구언론과 한나라당과 자민련, 민주당 일부 의원 등 수구 정치세력 그리고 공안기관의 입지를 크게 넓혀주는 역할을 했다. 자주적 통일에 대한 의지가 남아 있다면 김대중 정부는 제발 배짱을 가지고 정치를 할 것을 주문한다. 정확히 말하면 배짱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이 빈곤 문제이다.
3대헌장기념탑 앞에서 남북 공동의 행사를 해서는 안된다는 논리 자체가 냉전적이다. 북한의 입장에서 통일과 관련하여 제일 상징적인 장소에서 민족 공동의 통일행사를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이 장소에서 남북공동의 행사를 한다고 해서 곧 3대헌장을 지지하는 것이라는 논리도 냉전논리다.
조국통일의 길에는 많은 걸림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럴 때마다 수구 냉전세력의 눈치를 보아야 한다면 어떻게 자주적인 통일을 이룰 수 있겠는가?
3.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어야한다.
만경대를 관람하는 길에 방명록에 글을 남긴 것 가지고도 말이 많다. 방명록에 서명하는 것도 당국의 허락을 맡아야하는가? 방명록의 내용도 자유롭게 쓸 수 없어서야 어떻게 민주주의 하는 나라라고 할 것인가?
"친북적" 또는 "친북세력"이라는 말 자체가 냉전이 해체되고 통일을 열망하는 이 시점에 없어져야할 매카시즘적 언어이다. "반북적"인 행위를 해서야 통일에 한걸음이라도 다가 갈 수 있겠는가?
수구냉전세력이 쓰는 언어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친북적"인가 아닌가 하는 것도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다. 국가권력이나 공안당국이 개입할 문제가 아니다. 더욱이 정당이 간섭할 문제는 더욱 아니다.
방명록에 쓴 내용 가운데 "친북"이라는 내용도 뜯어보면 별로 그런 내용을 담고 있지도 않다.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노동자계급이 앞장서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 앞당기자”, “전민족 대단결로 조국통일 이룩하자", “역사의 자취를 목격했습니다”등이다.
여기서 공안당국이나 극우세력이 제일 문제삼고 있는 문구는 "만경대 정신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는 것일 것이다. "만경대정신"이 무엇인가부터 규명되지 않고는 법적용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수구세력과 공안세력은 만경대정신이 무엇인가부터 국민에게 밝혀야 할 것이다.
이런 포괄적인 표현을 하나하나 문제삼는다면 시민들의 일상적인 대화 내용 가운데 많은 부분이 국가보안법 적용 대상이 될 것이고 방북한 기업인이나 정치인 대부분은 물론 김대중 대통령도 사법처리 되어야 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방명록의 내용을 왜곡했다. 디지탈조선일보는 "역사의 자취 목격했습니다...노동자계급 앞장서 통일을"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각각 다른 사람이 따로 따로 쓴 문장을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터무니없는 곡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반북사상"을 고취시키기 위해서는 사실을 날조해도 되는 것인가? 제 버릇 개 못 준다고 했던가!
한나라당 권철현 대변인은 "방북단중 일부가 만경대(김일성 생가) 참관시 방명록에 `노동자 계급앞장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 앞당기자'는 등의 문구를 써넣은 것은 외세를 배격해 적화통일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친북세력이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세배격이 적화통일이라는 이 악의에 찬 선동은 21세기 한국의 냉전세력에게만 통하는 논법이다. 그러면 외세를 끌어들여야 한단 말인가?
`노동자 계급앞장서 조국의 자주적 통일 앞당기자'는 말은 민중대회나 노동절 집회, 노동조합 집회에서도 등장하는 구호이다. 이러한 주장이 무엇이 문제라는 말인가? 한나라당은 당헌에 '민주정당' 빼고 '히틀러식 극우정당'이라는 문구를 새로 새겨 넣어야 한다.
"친북", "반북"의 이분법으로 모든 문제를 재단하는 냉전세력의 진면목을 다시 한번 민중의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고 또 기억하자!
4. 방북단에 대해 국가보안법을 적용해서는 안된다.
남한 내의 냉전세력은 자신들의 힘을 드러낼 좋은 기회가 왔다고 환호하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상황을 정면돌파하지 않으면 안된다. 추진본부 일부 사람들이 '6.15남북공동선언실천을 위한 2001민족공동행사추진본부’라는 이름으로 방북단 내부의 협의도 없이 17일 대국민 사과성명을 발표하고 통일연대 소속 방북단원들을 비난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자신들만은 냉전세력의 공격의 화살을 받지 않겠다는 것인가 아니면 냉전 질서를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인가?
남북화해를 위한 사업이 남북화해의 걸림돌로 작용하는 아이러니를 보면서 착잡함을 넘어 서글픔과 분노를 느낀다. 한반도의 냉전 질서가 하루 빨리 해체되지 않으면 이런 일은 거듭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고는 제2, 제3의 파동이 계속 일어날 것이다.
우리는 방북단을 국가보안법상 찬양 고무 혐의로 사법처리하는 것에 대해 단호하게 반대한다. 검찰은 방북단 조사 방침을 즉시 거두어야 한다. 법적용 자체가 올바르지 못한 건 물론 남북공동선언을 기점으로 발전되어온 남북화해의 발걸음을 되돌리고 수구세력의 입지를 넓혀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파동은 김대중 정권과 정치권이 정권 초기나 남북공동선언 직후에 국가보안법 개폐를 했더라면 전혀 문제되지 않았을 사안이다. 남북 화해를 거스르는 이번과 같은 파동의 재발을 막고 남한 내에 남아있는 냉전세력과 냉전의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보안법을 하루빨리 폐지해야한다.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해 우리 모두 힘을 모아 계속적으로 힘있게 싸워나가야 한다. 한사람 한사람의 참여가 냉전세력, 공안세력, 수구세력, 극우세력의 토대를 무너뜨리는 큰 힘이 될 것이다.
2001. 8. 19
국가보안법폐지를 위한 시민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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