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울엄마' 향기로 날리다 |
‘울 엄마’ 향기로 날리다
독립다큐영화 ‘엄마···’ ‘봄이 오면’
지난 23일 서울 하이퍼텍 나다에서는 참석한 기자가 10명도 안되는 보기 드문 시사회가 열렸습니다. 독립영화 ‘엄마…’(50분)와 ‘봄이 오면’(25분)이란 작품이었죠. 화제작 시사 때는 500석이 넘는 자리를 채우던 그 많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 까요. 독립, 다큐라는 비대중적 코드 때문일겝니다. 당혹한 표정으로 “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하는 홍보담당자들을 보며, 속으로 ‘잘못 온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스치기도 했습니다.
그게 아니었습니다. 두 여성감독이 ‘울 엄마’들을 다룬 영화가 끝났을 때 객석엔 순백의 감동이 그득했습니다. 얼굴엔 미소가 지어지는데, 눈가는 젖어 있는 그런 영화였습니다.
먼저 ‘엄마…’를 소개합니다. 육아를 하면서 다큐작업을 하지 못해 괴로워하던 류미례 감독은 자신의 가족에게 눈길을 돌렸습니다. 뷰파인더는 대상을 객관화 시키죠. 보이지 않던 엄마의 삶이 눈에 들어옵니다. 노름꾼에, 폭력을 휘두르던 남편을 여윈후 6남매를 홀로 키워야했던 어머니. 독하고 매몰차게 변했습니다. 자식들이 다 출가해서야 어머니 박사심 여사는 그때서야 사심(私心)을 표출합니다. 노래만 나오면 춤을 추고,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다”고 공표하죠. 닭살스런 연애를 하는 모습에 가족들이 당황합니다. 이 가족에겐 앙금이 있습니다. 살기위해 차가워졌던 엄마가 언니들에게 같이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죠. 어머니와 가족은 셋째언니가 살고 있는 러시아로 응어리를 푸는 여행을 떠납니다.
‘엄마…’가 당혹스러운 것은 여자이고, 이기적이고, 철없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죠. 사실 ‘착한 엄마’콤플렉스에 대한 자녀들의 묵인은 그녀들의 삶을 더 힘들게 했죠. 이 영화의 원제였던 ‘엄마, 그냥 엄마로 남아 있으면 안돼…’가 이런 심정을 잘 담아 냅니다.여성관객이라면 어머니와 딸의 긴장관계가 눈에 박힐 것 같습니다. 엄마처럼 살기 싫었지만, 그 삶을 이해하고 복제해가는 과정을 대화로서 풀어냅니다. 속내를 눈물로 털어 놓는 셋째 언니 뒤편에서 돌아누운 어머니의 모습이 참 슬퍼 보입니다. 관점을 가지고 참 잘 만든, ‘인간극장’ 같습니다.
함께 상영되는 ‘봄이 오면’(정수연 감독)은 미국과 한국에 떨어져 산지 30년이 넘은 할머니 자매의 그리움을 교차편집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영상편지로 “형님 잘 계슈. 때는 잘 챙겨 드셔? 늘 형님 걱정 밖에 없어”라고 말하는 모습이 내내 귓가에 남습니다. 이 영화를 보면 어른들이 살아 계실 때 그들의 삶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을 갖게 합니다. 뭐 힘드나요. 당장 캠코더 들고 부모님의 인생을 담아보면 찡한 ‘발견’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어쨌건, 이 두 작품 모두 딸은 어머니 생각에, 어머니는 외할머니 생각에 젖을 영화입니다. 서울 대학로 하이퍼텍 나다에서 3월 4일부터 개봉합니다. 모녀3대 혹은 5인이상의 가족이 함께 관람하면 1인이 무료라고 합니다.
우승현기자 noyom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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