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나와 내 가족의 다큐멘터리(필름2.0) |
나와 내 가족의 다큐멘터리
[필름 2.0 2005-03-14 15:00]
삶에 밀착된 이야기를 통해 발 딛고 사는 세계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두 다큐멘터리는 이 이점에서 다시 만난다
나와 내 가족, 내 삶의 이야기를 극장에서 만난다. 정수연 감독의 <봄이 오면>과 류미례 감독의 <엄마…>는 감독 자신의 할머니와 엄마를 대상으로 가족과 여자의 삶을 동시에 져야 하는 그들과 자신의 이야기다. 지난해 <송환>과 <마이 제너레이션> 등의 다큐멘터리를 소개했던 하이퍼텍 나다의 연간 기획 ‘다큐 IN 나다’의 일환으로, 서울여성영화제 다큐멘터리 사전 제작 지원 수상작(옥랑상)으로 선정되어 5회 영화제에서 상영된 작품들이기도 하다.
<봄이 오면>은 두 자매의 이야기다. 언니는 아흔, 동생은 여든일곱. 미국과 한국에 떨어져 산 지는 어느 새 30년이 지났다. 가끔은 옛 편지를 들춰 보거나 전화를 거는 것으로 그리움을 달래지만, 전화 목소리조차 잘 들리지 않는 몸으로 비행기를 타고 만나러 갈 길은 언젠지 두 사람 모두 기약이 없다. 손녀 정수연 감독은 유학 생활 당시 미국 LA에 살고 있는 이모 할머니를 만나며 할머니들 사이의 그리움을 알았다. 다른 곳에서 함께 늙어가는 할머니들의 현재 모습과 가족 안에서 그들이 나누었던 삶의 궤적을 기록했으며, 그 기록을 통해 할머니들을 만나게 했다. 드러내기보다 감추며 살았던 두 할머니는 카메라 앞에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데 능숙하지 않다. 그저 힘든 삶을 추측할 수 있게끔 하는 짧은 단서만을 던지는 정도. 또렷한 건 서로에 대한 그리움뿐이다.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두 자매의 삶에 앉은 더께가 거친 화면을 통해 찬찬히 드러난다.
개입하기보다 관조하는 <봄이 오면>에 비해, 류미례 감독의 <엄마…>는 제목에서 드러나듯 보다 적극적으로 감독 자신의 어머니에게 접근한다. 여섯 남매의 엄마였지만 여느 엄마들과는 많이 달랐던 내 어머니.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온갖 고생을 하며 언니들과 동생들을 키웠다는 걸 알면서도, 춤과 술과 노래를 좋아하고 자식들에게 따스한 말 한번 건네지 않던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갈라진다. 그런 엄마에게 애인이 생겼다. 다른 할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아침이면 공들여 화장을 하고 환하게 웃음 짓는다. 엄마의 딸인 동시에 어린 딸을 둔 엄마이기도 한 류미례 감독은 그런 엄마의 이야기를 담기로 마음먹었다. 독립영화 제작사 푸른영상에서 활동해 온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또한 결혼과 출산을 거치며 고민해야 했던 여자로서, 자신의 엄마에게로 눈을 돌렸다. 엄마에 대한 원망과 이해, 어느 한쪽도 숨기지 않았다. 엄마가 보여 주는 회한과 즐거움도 있는 그대로 영화에 드러냈다. 엄마로서, 여자로서,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일까. <엄마…>는 영화를 만나는 각기 다른 개인들에게 그 질문을 던진다. 삶에 밀착된 이야기를 통해 발 딛고 사는 세계와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것. 두 다큐멘터리는 이 이점에서 다시 만난다.
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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