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토요데이트]옥랑상 수상작 다큐 <엄마...> 류미례 |
원문 주소 http://www.khan.co.kr/news/artview.html?artid=200503111720311&code=960401
토요데이트] 옥랑상 수상작 다큐 ‘엄마···’ 류미례 감독
엄마는 딸의 미래, 딸은 엄마의 미래라고 한다. 그 실상을 낮은 목소리로 강렬하게 담아낸 류미례 감독(34)의 자전 다큐멘터리 ‘엄마…’가 주목받고 있다. 서울 동숭동에 있는 예술영화 전용관(하이퍼텍 나다) 등에서 상영중인 ‘엄마…’는 엄마와 딸들의 꿈과 좌절, 희망을 그린 다큐. 류감독은 “개인적으로 가족들이 꼭꼭 묻어두고 있던 속내를 풀고 그로부터 자유로워지는 씻김굿이 됐다”며 “관객들에게 위안을 주는 작품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엄마의 연애통해 노인 삶 조명시도 -
이 작품은 2003년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 옥랑상(다큐 사전제작 지원작) 수상작. 기획 당시 제목이 ‘엄마, 그냥 엄마로만 남아 있으면 안돼?’였다. 일찍이 혼자가 돼 6남매(4녀2남)를 키우면서 ‘장한 어머니상’도 두번 받은 60대 엄마에게 애인이 생긴 일을 소재로 바람직한 노인의 삶을 조명해 보자는 게 류감독의 기획의도였다. 그랬던 것이 류감독의 엄마와 엄마가 된 류감독 자매들에 관한 이야기로 바뀌었다.
류감독은 그 이유로 “공력이 부족한 탓”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영화 관계자들의 평가는 사뭇 긍정적이다. 원안보다 소재의 폭과 주제의 의미가 더욱 넓어지고 깊어졌다는 것이다. 류감독은 이 작품의 완성도를 인정받아 지난해 ‘올해의 여성감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 인생 보는 눈 키우는 다큐작업 매력 -
류감독은 이 작품을 둘째 자녀인 아들과 함께 내놓았다. 갓 낳은 딸을 업고 할 수 있는 일로 시작했다가 작업 중 둘째를 임신한 그는 아이와 작품, 두 ‘자식’을 함께 내놓느라 여간 고역을 치른 게 아니다. 셋째 언니가 살고 있는 러시아행을 내놓았던 아저씨(엄마의 애인)는 계획을 백지화하고, 뱃속 아이에게는 이상증후가 보이는 등 류감독은 호랑이는커녕 고양이조차 못 그리는 게 아니냐는 불안에 시달렸다. 이같은 과정을 거쳐 7개월 동안 찍은 양은 60분짜리 테이프로 200개. 이를 50분짜리로 편집하는 작업은 그야말로 고역이었다. 출산 준비하랴, 방대한 양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내랴, 이 와중에 둘째 언니는 자신의 이야기는 모두 빼달라고 하는 등 가족들의 크고 작은 불평이 잇따르기도 했다.
“아주 좋은 옷감을 서투른 재단사가 망치는 두려움, 특히 영화 때문에 가족관계가 더 소원해질까봐 겁이 났어요. 아무튼 완성하고 나니까 전작에서도 그랬듯 한 작품을 끝낼 때마다 조금씩 자라고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게 다큐 작업의 매력이죠.”
류감독은 고려대 한국사학과 출신. 월간 ‘민족예술’ 기자로 활동하다가 1998년 독립 다큐 제작사 ‘푸른영상’에 입사, 환경다큐 ‘동강은 흐른다’ 조감독을 거쳐 장애인들의 삶을 집중 조명한 ‘나는 행복하다’ ‘친구’ 등을 감독했다. 장애인들의 선교기관인 ‘나눔의 집’ 홍보영상물을 만들면서 이 집을 꾸려가고 있는 성공회 신부를 만나 결혼, 현재 1녀1남을 두고 있다.
- 닮아있는 사람들 상흔에 위로되길 -
다큐에 푹 빠져있는 류감독은 “다큐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작업”이라면서 “얼마나 진실에 다가간 작품을 내놓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엄마…’에 대해 “편집을 하다보니 각 등장인물의 일면이 부각돼 그들의 전면을 고루 담지 못했다”면서 “촬영에 협조해준 식구들과 아저씨, 음으로 양으로 도와준 푸른영상 식구들이 고맙고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류감독의 바람은 ‘엄마…’가 상영되는 동안 관객이 한 명도 없는 회가 한 차례도 없었으면 하는 것. 그는 “관객들 사이에 ‘내 이야기다’ ‘우리 엄마와 나는 영화보다 더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엄마…’가 그들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씻어주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고 다시 한번 역설했다. “열심히 살면 전작보다 나은 다큐, 삶의 진정성이 그득한 작품을 만드는 날이 올 것 같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글 배장수영화전문기자 cameo@kyunghyang.com 사진 김영민기자 viola@kyunghyang.com〉
입력: 2005년 03월 11일 17:20:31 / 최종 편집: 2005년 03월 11일 20: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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