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 사이코드마라 또는 피학적 노출극(황진미) |
엄마...
-사이코드라마 또는 피학적 노출극(2004 여성영화인축제 자료집)
영화는 애초 이 영화를 찍게 된 경위부터 밝힌다.
아이를 데리고 작업해야하는 여건으로 '엄마가 주인공인 영화'를 기획하게 되었고, '6남매를 출가시키고 자신의 사랑을 찾은 엄마의 사랑이야기'인 "엄마, 그냥 엄마로 남아있으면 안돼?"의 기획안이 채택되어 작업하게 되었노라고. 기획안만 보자면, '노인의 성'이 말해지는 시기에 걸맞고 모성을 상대화시켜 보고자하는 페미니즘적 시각에도 부합된다. 아니 정치적 올바름은 차치하고라도 일단 분위기는 명랑하지 않은가?
엄마의 춤추는 장면과 처녀때부터 신명이 남달랐다는 얘기가 나올 때만 해도, '장한 어머니상을 두 번이나 탔다는' 엄마의 이미지가 예상과 달라 좀 당황스럽지만, 그 이미지도 '모성판타지'가 낳은 편견이려니 하며 마음을 다독였다. 사위와 아들이 '모성과 억압'에 대해 논할 땐 상투적이지만 엄마의 행복을 중시하는 사위의 의견에 한 표를 던지면서, 그런데 엄마가 애인을 만나기 전 폭음을 일삼았다는 내레이션과 자식들에게 악을 쓰는 장면에 이르러선 뭔가 심상치 않은 것이 있구나 싶어진다. 진학을 못하고 돈을 벌었다는 큰언니의 "엄마는 참 냉정한 사람"이라는 말은 넋두리라기보다 이성적 판단으로 들린다. 엄마는 애초 모성적인 엄마가 아니었고, 자식들은 그런 엄마에게 상흔이 있다. '이 엄마'의 노년 로맨스에 원론적 차원에서 말해지는 (사위의) '엄마이기 이전에 여자'라는 말은 설명력이 없으며, "엄마, 그냥 엄마로 남아있으면 안돼?"라는 표제는 기만적이다.
기획안에서 비껴나 위태롭게 이어가던 이야기는 러시아에서의 셋째 언니와의 상봉으로 완전히 붕괴된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엄마가 가출하고, 자식들이 뿔뿔이 흩어진 상태에서 집에 혼자 남은 아버지가 죽었다. 딸들은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독살스럽고" 무심하던 엄마와 '딸이라서 받은 차별'등으로 인해 모성 수해엥 어려움을 느낀다.(셋째 언니가 딸들에게 품는 양가감정은 거의 병리적이다.) 이 이야기는 과거의 외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어머니와 딸들의 사이코드라마이자, 상대화시켜내지 못한 자의식을 과도하게 드러내는 피학적 노출극이다. 그녀들은 기괴하게 엉겨붙어 연민과 체념을 연대로 착각하며, 부정적인 자기암시 속에서 괴로워한다. 그리고는 "엄마가 웃는다. 그거면 됐다"고 자위하며 마무리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영화의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엄마는 사랑으로 자식을 키워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잘못된 모성이 대물림된다." 신성한 모성의 의무를 강조하는 색다른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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