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영상 3월 다큐보기 안내드립니다.
3월 다큐보기에서 같이 볼 작품은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되고 있는 정현정 감독님의 <끝과 시작>인데요.
어떤 장소에서 무언가를 기록한다는 것, 삶의 마디를 매듭짓고 풀어내는 행위로서 다큐멘터리 만들기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뭔가 '시작'하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끝과 시작>을 3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30분에 푸른극장에서 상영합니다.
#장소 : 푸른영상 안 푸른극장
#시간 : 3월 30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
(무료, 상영 뒤 감독님과 대화, 간단한 뒤풀이 예정)
문의 : 02 823 9124 / 010 2오오오 321칠 (정일건)
#작품소개
<끝과 시작> 2018 | 45min | 컬러 | HD CAM
시놉시스
태백에 갔다가 우연히 아이들을 만났다.
연출의도
그 아이들을 보니 해야 할 이야기가 떠올랐다.
프로그램 노트
학교 체육관에서 구령에 맞춰 달리기를 하는 아이들이 보인다. 문구점의 낡은 장난감 뽑기 기계 앞에 한 아이가 찾아와 한참을 망설이다 돌아선다. 철거를 앞둔 빈 가게엔 이름 모를 고양이가 머물고 있다. 그 건너편에 잔뜩 웅크린 채 화면을 응시하는 카메라가 있다.
<끝과 시작>은 태백의 초등학교와 서울의 동네 골목길에서 주로 채집한 풍경들로 만들어진 영화다. 카메라는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 않는 일상의 공간들을 무대로 설정하고 그 안으로 수많은 ‘아무개’들을 등장시킨다. 어딘가에서 나타난 이들은 화면 속에서 잠시 시간과 공간을 공유한 뒤 떠나간다. 카메라는 이들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않는다. 구체화된 이야기로 장면을 연결시키지도 않는다. 그저 오랫동안 묵묵히 지켜보고 기다린다.
카메라는 왜 그곳에 있었을까. 이렇게 수집한 ‘아무개들의 풍경’을 통해 무엇을 환기하려는 것일까. 롱테이크로 촬영된 영화 속 화면들은 많은 설명을 하지 않기에 단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게 찍히고 선별된 이미지들이 미묘한 거리를 둔 채 연결되는 과정에서 관객들은 바라볼 수 있는 것들을 자유롭게 마주하고 사유하는 기회를 얻게 된다.
<끝과 시작>에 채집된 풍경들은 완결된 이야기라기보다 반복되는 심상에 가깝다. 파편화된 익명의 개인들을 관찰하는 건 쓸쓸한 일이지만, 그 안에는 선물처럼 주어진 반짝이는 순간들이 있다. 길 가던 아주머니가 이웃에게 건넨 짧은 인사 속에 드러나는, 의자에 앉아 쉬어가던 할머니의 기다림 뒤에 찾아오는, 찰나의 드라마들은 완전하진 않지만 억지로 개입하지 않고도 개인이 품고 있는 삶의 이야기를 찾아낼 수 있음을 알려주기에 그 자체로 의미 있게 다가온다.
카메라가 그곳에 머문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어떤 이유로든 그곳에 있어야만 했던 건 아닐까. 갑자기 삶이 멈춰버린 듯 느껴질 때,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지나친 일이 있다는 걸 깨달았을 때, 그것을 되돌리거나 부정할 수 없을 때, 그래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있는 그 자리에서 가만히 그 시간을 돌아보는 일뿐일지도 모르므로.
섬세하고 고집스럽게 내면의 자화상을 담아낸 영화는 다시 태백의 초등학교로 돌아가며 마무리된다. 카메라는 그곳에서 긴 기다림 끝에 마주한 아이들과의 만남을 기록한다. 끝내 자신을 드러내길 주저하던 카메라에게 순수한 동심과 맞닿은 그 순간이 어쩌면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을까. (인디다큐페스티발2018 집행위원 김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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